2025년 05월 17일(토)

"미국인들은 '버킨백' 더 비싸게 사세요"... 에르메스, 미국만 '가격 인상' 예고

에르메스, 미국 시장 가격 인상 예고... 트럼프 관세 대응


프랑스 명품 기업 에르메스가 다음달 1일부터 미국 시장에서만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과한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에르메스의 에리크 뒤 알구에 재무 담당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후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그는 가격 인상이 관세로 인한 것이어서 미국 시장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부터 가격을 인상해 미국이 이달 초 부과한 10% 보편 관세의 여파를 완전히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유럽연합(EU)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발표했으나, 이후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했다.


럭셔리 시장의 성장 둔화와 에르메스의 대응


에르메스는 관세 부과로 지금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미국 시장 실적은 저조한 편이며 중국에서의 매출도 증가하지 않았다.


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에르메스의 1분기 매출은 41억 3천만 유로(한화 약 6조 6700억원)로 환율 변동을 감안했을 때 7.2% 증가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 41억 4000만 유로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 분기 18% 증가에 비해 성장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르메스의 가격 인상 계획이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도 글로벌 무역 긴장 시대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뒤 알구에 부사장은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영향도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업계에서는 에르메스가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갖추고 있어 관세전쟁을 헤쳐 나가는 데 다른 기업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이 수요 감소로 고전할 때도 에르메스는 실적 회복력을 보여줬다. 고소득층의 소비가 유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또 다른 명품 기업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이번 주 초 예상보다 부진한 분기 매출을 발표해 주가가 급락했다.


프랑스 시가총액 1위 자리도 한때 에르메스에 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