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래퍼 '호미들', 8년 만에 중국 본토 공연 성사
국내 3인조 래퍼 그룹 '호미들'이 한국 국적 가수로는 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난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호미들은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중국 투어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2017년 이후 한국 국적을 가진 가수가 중국 본토 무대에 선 첫 사례다.
영앤리치
호미들은 2019년에 데뷔해 한국 힙합 씬에서 빠르게 성장한 그룹이다. 2021년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상을, 2022년 '가온차트 뮤직 어워즈'에서는 힙합 부문 올해의 발견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11'에 출연했으며, 래퍼 지코의 히트곡 '새삥'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한한령 완화 조짐과 문화 교류의 새로운 흐름
중국은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반발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공식적 제한 조치인 '한한령'을 시행해왔다. 이로 인해 한국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의 중국 내 활동이 8년간 제한되어 왔다.
사드 발사대 자료 사진 / 뉴스1
그런데 지난해부터 한국 인디 음악인들의 공연이 조금씩 허가되면서 한한령 완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 국적의 싱어송라이터 '검정치마'는 지난해 1월 중국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진행했으며, 5월에는 성악가 조수미가 베이징에서 공연을 열었다. 조수미는 2017년 중국 투어가 한한령으로 취소된 바 있어 이 공연은 의미가 컸다.
그러나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부산 기반 인디 록밴드 '세이수미'는 지난해 7월 베이징 공연 허가를 받아 주중 한국대사관이 환영 논평까지 발표했으나, 공연 3주를 앞두고 갑자기 취소됐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의 부담감이나 중국공산당 정치 일정과의 충돌 등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GettyimagesKorea
중국은 올해 내수 소비 촉진을 위해 문화 공연을 전반적으로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한·중관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10~11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한한령 해제를 외교적 선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만남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며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 가수의 중국 내 활동이 허가되더라도 팬미팅 등 일부 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에서는 예술, 스포츠계의 질서 있는 팬덤 문화 조성을 강조하는 보도가 자주 등장하고 있어, 완전한 규제 해제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