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14일(수)

'살인범 피부'로 만든 책?... 박물관에 전시된 충격적인 유물

영국 박물관에서 발견된 인피 도서, 살인범 피부로 제본된 책


영국의 한 박물관에서 기괴한 책이 발견돼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1827년 서퍽주에서 발생한 '붉은 헛간 살인 사건'의 주범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제본된 것으로 밝혀졌다. 


코더는 마리아 마르텐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1928년 공개 처형됐다. 그의 피부는 재판 기록을 묶는 데 사용되었으며, 이 책은 1933년부터 모이스 홀 박물관에 전시되어 왔다.


인사이트살인자 윌리엄 코더의 피부로 제본된 것으로 추정되는 책 / 모이스 홀 박물관


최근 박물관 큐레이터들은 카탈로그를 검토하던 중 두 번째 인피 도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찾아냈다. 


이 책은 코더의 해부를 담당했던 외과의사와 가까운 가족이 기증한 것으로, 일부 손상된 상태였다. 첫 번째 책과 달리 두 번째 책은 표지 전체가 아닌 일부분에만 피부가 사용됐다.


박물관의 문화재 담당자인 댄 클라크는 "이 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이 책을 찾지 못한 것이 박물관의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의 피부로 책을 제본하는 행위는 19세기까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으며, 고인의 유언에 따라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의사들이 개인적인 기념물로 보관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사이트윌리엄 코더의 공개 교수형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천명의 관중 / 위키피디아


이 같은 행위는 당시 대중의 호기심과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 속에서 용인되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인간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윤리적 문제로 비판받고 있다. 


유명 TV 시리즈 '호러블 히스토리'의 저자인 테리 디어리는 "코더는 정황 증거만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을 태우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건 정말 역겹다"며 비판했다.


모이스 홀 박물관에서는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이 책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할 계획이다. 


문화유산 담당 보조원 애비 스미스는 직장에 처음 출근한 날 이 책을 직접 만져봤고, 마치 "진짜 책 같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간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