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징병 추첨장,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새로운 홍보 무대
태국의 군 징병 추첨장이 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유명세를 얻는 기회로 변모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태국의 군 징병 추첨 현장은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주목받는 장소가 되고 있다.
태국의 병역법에 따라 모든 남성 국민은 21세에 입대 여부를 결정하는 추첨에 참여해야 한다.
빨간색 카드를 뽑으면 2년간 복무하며, 검은색 카드를 뽑으면 면제된다. 그러나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성 정체성이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일치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의료 문서를 제출하면 복무 부적합자로 분류되어 군대에 가지 않는다.
트랜스젠더 여성인 농모(오른쪽)가 성 정체성 증명서를 제출하는 모습. (채널7)
이러한 상황에서 징병 추첨장은 일부 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유명세를 얻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추첨장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온라인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태국 우타이타니주 농카양 지역청사에서 열린 징병 추첨 첫날에는 커뮤니케이션 예술학을 전공한 아리트 칸니카(23)가 참석했다. 그녀는 "2년 전에는 건강검진을 받을 시간이 없어서 미뤘지만, 올해는 병원에서 검진받고 성 정체성 증명서를 발급받았다"고 말했다. 서류 작업이 완료되면 그녀는 병역 면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태국군 징집 면제 서류를 들고 징병검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태국의 트렌스젠더들 / 타이거 홈페이지
또한, 트랜스젠더 여성인 칸통 파사라폰(22)은 과거 징병 추첨 현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약 100개의 미인대회에 참가해 여러 차례 우승한 그녀는 "태국 천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방콕 스리파툼 대학교 학생이자 학교 홍보대사인 파리다 케라유판(22)은 작년 징병 추첨 현장 참석 이후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급증해 현재 15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 태국 누리꾼은 "징병 추첨장이 미인대회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비꼬았다. 중국 누리꾼들 역시 이에 동의하며 "태국은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