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명 베이스 점퍼, 열기구 촬영 중 참변
영화 촬영을 위해 열기구에서 뛰어내린 익스트림 스포츠 스타가 '낙하산 미작동'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1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미러는 카를로스 수아레즈(52, Carlos Suarez)가 살바도르 칼보 감독의 영화 '라 피에라(La Fiera)' 촬영 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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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적인 사고는 이날 오전 9시께 스페인 마드리드 남쪽 톨레도 인근의 비야 데 돈 파드리케(Villa de Don Fadrique) 지역에서 발생했다.
수아레즈는 해당 영화에 '스턴트 전문가'로 참여, 총 5명으로 구성된 베이스 점프팀과 함께 열기구에서 뛰어내렸다. 베이스 점프는 높은 물체에서 낙하산을 착용하고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나머지 네 명은 무사히 착지했으나 그의 낙하산만 펼쳐지지 않았다. 그가 추락한 빌라 데 돈 파드리케 마을의 비행장 근처에 소방관과 경찰이 긴급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지 민간 경비대(Civil Guard) 대변인은 "52세의 베이스 점퍼가 오늘 아침 열기구에서 다른 4명과 함께 점프하던 중 사망했다. 이는 개인적으로 조직된 행사였으며 촬영 중이었다. 낙하산이 열리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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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에 대해 영화 제작사인 아트레스미디어 시네(Atresmedia Cine)와 MOD 프로덕션은 공식 성명을 통해 "수아레즈는 영화 '라 피에라' 촬영을 위한 점프를 진행 중이었으며, 이 활동은 엄격한 안전 기준 아래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뛰어난 클라이머이자 낙하산 전문가, 베이스점퍼였으며, 이번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다.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스페인 익스트림 스포츠계의 전설적 인물...추모 이어져
수아레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스페인 익스트림 스포츠 커뮤니티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카를로스 수아레즈는 스페인 익스트림 스포츠계에서 잘 알려진 이름이다. 13세에 클라이밍을 시작해, 이후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전설적인 봉우리 '나란호 데 불네스(Naranjo de Bulnes)' 서쪽 면을 로프 없이 단독 등반한 첫 인물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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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포츠 클라이밍 스피드 부문에서 3회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으며, 히말라야와 파타고니아 등 세계 각지의 험지를 넘나들었다. 단순한 등반을 넘어서, 클라이밍과 베이스점프(Base Jump)를 결합한 모험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세계적인 울트라러너이자 산악스키 선수인 킬리안 조르네는 SNS를 통해 "카를로스를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며 "어린 시절부터 보여줬던 놀라운 클라이밍 실력, 도전 정신, 배움을 멈추지 않던 그의 열정을 기억한다"고 추모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순간에도 '침착함'을 택했던 남자
한편 수아레즈는 평소 극한 스포츠에 대한 강연을 열고 여러 번의 생사의 갈림길을 넘긴 경험을 털어놓곤 했다.
그 중에는 비상 낙하산 위치를 찾지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일화도 있다. 당시 그는 새 모델의 슈트를 처음 사용해 지퍼 구조가 달라진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고, 침착하게 손끝 감각으로 지퍼를 더듬어 목숨을 건졌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침착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