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이번에는 일본 출장길 올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해외로 향한다. 지난주 중국 일정을 마친 데 이어 이번엔 일본 출장길에 오르면서, 글로벌 경영 보폭을 빠르게 넓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그간 제약이 따랐던 해외 경영 행보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중국에 이어 일본 출장을 다녀올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이 회장은 최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주 중국에 일주일간 있었다. 오늘은 또 5~6일간 일본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 만나
이 회장은 지난 3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을 방문해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했고, 샤오미와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 공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포럼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글로벌 기업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도 참석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지난해 기준 삼성의 중국 매출은 64조9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탈중국'을 고민하는 가운데, 삼성은 오히려 중국과의 접점을 넓히는 이른바 '역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뉴스1
이 회장의 다음 목적지는 일본이다. 특히 이번 출장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출장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만날지 관심 집중
지난 2월 손 회장이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함께 한국을 찾았을 때, 이 회장은 두 사람과 3자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논의 테이블에 오른 의제는 다름 아닌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민간 주도 초대형 AI 인프라 계획이다. 총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로, 미국 내에 슈퍼컴퓨터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와 연계될 경우,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샤오미 전기차 공장서 만난 이재용·레이 쥔 회장 / 뉴스1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지난 3월 31일, 오픈AI에 400억달러(약 58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오픈AI는 이 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이 메모리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만큼, 스타게이트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계는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베트남 등 주요 거점들을 돌며 반도체·AI·배터리 등 삼성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점검과 투자 검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삼성의 미래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