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목소리인데... 알고 보니 '유명 가수' 부캐?
지난달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더 글로우 2025'에서는 지난해 마지막 날 첫 정규앨범을 내고 데뷔한 신인 밴드 '바보(BABO)'가 등장했다.
얼굴을 모두 가리고 빨간 망토를 두른 채 등장한 밴드 바보의 보컬은 두 팔을 벌려 들더니 약 1분가량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사진=인사이트
흔한 멘트 한 마디 없이 40분의 무대를 꽉 채운 이들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과 실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긴 부리의 새 가면을 쓴 보컬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특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에 익는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했다.
이에 주변에서는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 같다", "혹시 그 사람 아니냐", "알 게 뭐냐, 무대 잘 한다", "신인 맞느냐"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알고 보니 실력파 신인 밴드 그룹 바보의 보컬은 남매 그룹으로 유명한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이었다.
그의 행보는 과거 매드클라운이 '마미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과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눈을 드러내 어느 정도 신원 유추가 가능했던 그와 달리, 이찬혁은 얼굴을 전부 가리고 악동뮤지션에 대한 일절 언급 없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한 페스티벌에서 악동뮤지션이 마지막 무대인 헤드라이너를 장식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날 이찬혁의 밴드는 이른 시간에 배치됐다.
유명세 덕을 보지 않고 실력으로만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찬혁 / 뉴스1
이찬혁은 관련 소식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밴드 활동을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바보가 발표한 첫 정규 앨범 'b'는 '슈게이징' 장르에 이찬혁 만의 특색있는 변주가 더해진 5곡이 담겼다.
슈게이징은 '신발(Shoe)'와 '뚫어지게 보다(Gaze)'의 합성어로, 관객과 소통하지 않고 신발 등 바닥만 바라보는 등 무대에만 집중한다는 의미다.
Instagram 'bandbabo'
이는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영국에서 부흥한 음악 인디락 장르로, 이펙터를 적극 활용해 기타의 노이즈(소음) 소리까지 음악으로 다룬다.
마치 그들만의 세상에서 관객 없이 공연하는 것 같은 슈게이징 장르는 보컬의 비중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간간히 들리는 목소리가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뒤늦게 그를 알아본 사람들은 밴드 바보의 무대 영상에 "헐 소름 이찬혁이었다니", "대찬혁", "이찬혁 하고 싶은 거 다 해", "무대장악력 진짜 좋다"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