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산불에 '할매 업고 뛴' 인도네시아 의인, 경상도 사투리로 전한 당시 상황... 장기거주 자격 검토

산불에 '할매' 업고 뛴 인도네시아 국적 수기안토...실제 말투 보니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영덕 해안마을까지 번진 지난달 22일. 시뻘건 불길이 바닷가 마을을 덮치자, 한 외국인이 몸을 던졌다.


이 마을에서 8년째 선원으로 일해온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다. 그는 마을이장, 어촌계장 등과 함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직접 구조했다. 


불이 저녁 늦게 번지면서 대피조차 힘든 상황에서도 수기안토 씨는 300m 떨어진 방파제까지 할머니들을 업고 나르며 무려 7명을 구조했다.


인사이트KBS2


그는 입국 후 줄곧 이곳에서 생활한 탓에 할머니를 '할매'라 부를 정도로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한다. 


그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문을 두드려 봤는데 할매들이 안 나와 가지고요. 계속 두드려 봤는데요. 할머니 나와서 업고 부축하고, 그 할매들 나이 80, 90세 정도 돼서 빨리 몬(못)가요"라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의 진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영덕군 축산면 경정3리 마을어촌계장 유명신 씨는 이렇게 전했다. "다 구하고 난 뒤에 내가 물었어요. 왜 그렇게 했냐고. 그랬더니 '우리 집에도 어르신들 있다' 하더라고요. 할아버지, 엄마, 아버지도 계신다면서요"


YouTube 'KBS News'


법무부, 수기안토에 장기거주 자격 부여 검토


수기안토씨의 이 같은 용기 있는 행동에 법무부도 움직였다. 법무부는 지난 1일 "다수의 인명을 구조한 공로를 고려해 수기안토 씨에게 장기거주(F-2) 자격 부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F-2 비자는 특별한 공익 기여가 인정된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장기체류 자격이다. 현행 법령상 내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기업투자(D-8) 자격으로 3년 이상 체류하면서 미화 5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 등 취득 조건이 까다롭지만 이번처럼 특별 공로가 인정되면 예외가 가능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이 같은 사례는 드물었다. 2020년 이후 처음이다.


한편 F-2 비자가 발급되면 수기안토 씨는 90일 이상,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체류기간의 상한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에 머물 수 있다. 심사에는 통상 1~2주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