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학살 사건, 진실화해위 '집단 학살'로 규정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이 서울대병원에서 국군 부상병과 민간 환자 1000여 명을 무차별적으로 총살한 사건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의해 '집단 학살'로 공식 규정될 예정이다.
이는 정부 기관이 인정한 적대 세력에 의한 단일 학살 사건 중 최대 규모다. 진실화해위는 조만간 이 사건을 의결하고, 북한 당국의 사과 요구 및 피해 구제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96차 전체위원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진실화해위는 내달 초 전체 회의를 열어, 북한 인민군 43사단과 4사단 5연대 소속 50여 명이 1950년 6월 28일부터 이틀간 서울대병원에서 군인과 민간인 환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고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대병원 간호보조원이었던 고(故) 유월임씨의 조카 최롱씨가 지난 2022년 진실 규명을 신청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 과정에서는 미 극동사령부 한국전쟁범죄조사단(KWC)의 보고서와 목격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현장 조사와 문헌 자료 비교를 통해 사실 확인이 이루어졌다.
북한군은 전쟁 발발 나흘째인 1950년 6월 28일 새벽 서울로 진입하며 상부의 지시에 따라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그들은 국군 부상병과 민간인 환자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이는 북한 부상병들의 치료 공간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Youtube '서울대병원tv'
오전에 도착한 북한군은 노동당본부 소속 인물들로부터 무기를 받고 병원을 점령했다. 낮부터는 병실 곳곳을 다니며 환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총살했다.
학살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으며, 국군 부상병 약 180명이 야산으로 끌려가 몰살당했다.
이들은 총알과 수류탄 공격으로 생명을 잃었고, 시신은 시체 안치실과 야산, 쓰레기장에 방치되거나 한강변에 묻혔다. 가해자로는 북한 인민군 대좌 이임철과 문화동 임시인민위원회 문화부 중대장 이강국 등이 지목됐다.
이번 사건의 규명은 전쟁 전후 민간인 및 군인 희생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설립된 독립 조사 기관인 진실화해위가 출범한 지 약 20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약 75년 만에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된 셈이다.
과거에는 주로 국군이나 미군에게 당한 피해만 집중적으로 다뤄졌으나, 이번 조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서울대병원 후문 현충탑 / 위키백과
진실화해위는 최근 소위원회를 통해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내달 전체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위원회는 유족 보상을 위한 입법 추진, 정부의 공식 사과 요구, 추모 사업 지원 및 역사 교과서 반영 등을 권고할 계획이다.
박선영 위원장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학살 범죄를 역사적으로 규명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며, 결과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