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맨몸으로 산불에 맞선 캐디들
경북 의성 산불이 안동으로 번지자, 안동의 한 골프장 캐디와 직원들이 골프장 내 연못(해저드) 물로 불을 껐다.
지난 30일 JTBC에 따르면 이들은 산불이 골프장 인근으로 접근했던 25일 진행 중인 경기를 모두 중단하고 전원 대피했다.
그러나 대피했던 직원과 캐디 등 20여 명은 밤 10시쯤 다시 발길을 돌렸다.
불을 끈 한 캐디는 "(진화 작업에) 자원했다. 골프장을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다시 돌아와) 보니까 여기(골프장)가 뚫려버리면 뒤에 마을이 위험해지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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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물을 뿌렸던 다른 캐디는 "불이 9번 넘게 다시 올라왔다. 그래서 최대한 발로 밟고 물을 뿌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잔디에 물을 주는 차량 4대와 살수차 1대로 불길이 넘어오는 1km 구간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또 이들은 4인 1조로 불이 산 아래로 내려올 때마다 물을 뿌리고 흙을 뒤집었다.
전기와 수도가 끊겨 해저드 3곳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물을 퍼 나른 골프장 직원들은 소방대와 헬기 지원 없이 1km가 넘는 방어선을 지켜냈다. 또 밤낮으로 감시조까지 운영하며 재발화하는 불을 껐다.
27일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경북 안동시 남후면 일대 야산에 화선이 이어지고 있다. / 뉴스1
골프장 앞쪽은 모두 잿더미로 변했지만 닷새간 목숨을 걸고 불을 끈 골프장 직원들 덕분에 화마가 인근 마을로 넘어가지 않았고,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안동의 한 골프장까지 넘어온 경북 의성 산불은 안평면과 안계면 두 곳에서 시작됐다.
안평면은 성묘객의 실수, 안계면은 과수원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북 안동시 남후농공단지 인근 야산에 산불 피해 흔적이 남아있다. / 뉴스1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30일 기준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하는 4만 5,157㏊가 피해를 보았다.
이번 화재로 발생한 사상자는 사망자 30명을 포함한 75명이다.
또 주택 피해 3,000여 동, 국가 유산 피해 30건, 농업시설 2,000여 건 등이 발생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