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02일(수)

"천국에서 다시 봐요"... 의성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해 숨진 故 박현우 기장, 눈물 속 발인

산불 진화 중 순직한 故 박현우 기장, 마지막 길 떠나다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헬기가 추락해 순직한 故 박현우(73) 기장이 많은 이들의 배웅 속 영면에 들었다.


29일 오전 11시 30분께 경기 김포뉴고려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산불 진화 임무 중 순직한 故 박현우 기장의 천국환송예배(발인식)이 엄수됐다.


유족을 비롯해 군 관계자, 교회 지인, 생전 그와 함께 비행했던 동료 조종사 등 20여 명은 함께 찬송가를 부르며 마지막 길을 떠나는 고인을 배웅했다.


인사이트29일 오전 경기 김포 뉴고려병원 장례시장에서 경북 의성 산불 공중 진화 작업 중 헬기가 추락하면서 순직한 박현우(73) 기장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2025.3.29 / 뉴스1


박 기장이 담긴 관이 안치실에서 나와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에 아내 장광자(71)씨와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영정사진을 든 박 기장의 아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다 오열했다.


아내 장광자씨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궂은일 하느라 수고 많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가족들과 늘 추억을 간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테니 훗날 천국에서 다시 보자"고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40년 하늘을 지킨 '성실의 아이콘'


박 기장과 30년 지기였던 신상범(73)씨는 박 기장을 '성실의 아이콘'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고인은 연기가 가득한 산불 현장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헬기에 올랐다"며 "부디 편히 쉬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기장의 손자는 손 편지를 통해 "제 할아버지여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너무 슬프지만, 천국에서 저를 항상 지켜봐 주세요.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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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비행 경력의 베테랑인 박 기장은 지난 26일 낮 12시 51분께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헬기를 타고 산불을 진화하다 추락해 순직했다.


사고 헬기는 강원특별자치도에서 의성산불 진화작업을 위해 임차한 S76 중형 헬기다.


1995년 생산된 헬기로 산불 현장에서 전신주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헬기 탑승자는 박 기장 1명뿐이었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헬기에서 블랙박스 등 관련 장비를 수거해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박 기장은 공무 수행 중 숨진 순직자로 예우돼 국립이천호국원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