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불,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남원시, 유럽 출장 강행 논란
경남 산청·하동 산불이 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불길이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까지 번지자 인접 지자체들이 잇따라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리산 서편에 자리 잡은 전북 남원시는 오는 29일부터 예정된 '유럽 출장'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지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25일 오후 산청군 시천면 일대에서 민가 뒤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5.3.25 / 뉴스1
게다가 가겠다는 '유럽'의 나라가 관광하기 아주 좋은 곳으로 꼽히는 나라여서 비판은 더욱 거셀 전망이다.
28일 남원시는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방문하는 일정이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팜과 첨단온실 운영 사례를 살펴보기 위한 출장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번 출장은 최경식 남원시장과 스마트농생명과 직원 등 8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관광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꽃시장과 농장, 기업, 대학 등을 둘러보고 문화체험도 병행할 계획이다.
당초 함께 하기로 했던 남원시의원 등 5명이 대형 산불 확산 뒤 불참을 결정한 점과 비교돼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남원시의원 5명은 취소...남원시장은 여전히 안해
산불 여파로 인근 지자체들이 일제히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원시가 외유성 논란까지 우려되는 해외 출장을 강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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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남 구례군은 산불 확산 상황을 고려해 '구례 300리 벚꽃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했고, 산불 피해가 발생한 경남 하동군과 진화대원이 숨진 경남 창녕군도 지역 축제를 연기하거나 없앴다. 경북 봉화군, 경남 통영시·남해군 등도 같은 조치를 취한 상태다.
현재 산청·하동 지역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이날 오전 기준 산불 영향 구역은 약 1770㏊에 달하며, 화선(불길의 길이)은 약 70㎞에 이르고 있다. 하동 지역 산불은 진화됐지만, 천왕봉 인근은 아직 화재 진행 중이다.
남원시 관계자 "아직 확정된 사안 아냐"
전북도는 지리산 서쪽 남원시 운봉읍·산내면 일대에도 불길이 번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에 나섰으며, 남원시 역시 소속 진화대를 투입할 수 있도록 대기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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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일자 남원시는 "출장은 산불이 나기 전 미리 계획돼 있었던 일정"이라며 "현재 (취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날 오후 남원시는 "산불 위기 상황 대처를 위해 금일 남원시장의 국외 출장을 취소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하동·함양·산청), 전남(구례), 전북(남원) 세 지역에 걸쳐 있는 광활한 산악지대다.
현재 산불은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능선에서 진행 중이며, 이 지점에서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4.5㎞ 떨어져 있다.
남원시 구룡계곡까지는 29.1㎞, 구례 피아골까지는 18.5㎞ 정도다. 당국은 산불이 지리산 일대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