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마을 사람들 대피 시키러 간 사이 부모님 '산불'에 잃어... 죄책감 시달리는 아들

산불 나자 주민 대피 도운 지역 봉사자...산불에 부모 잃어


경북 영덕 산불 참사로 한 아들이 눈물 속에 부모를 떠나보냈다.


지난 26일 조선일보는 영덕전문장례식장에 마련된 이모(89)씨·권모(86)씨 부부의 아들, 이모(60)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씨는 연신 눈물을 훔치며 "불이 나서 남들 구하러 갔다가 정작 내 부모는 챙기지 못했다"고 말끝을 흐렸다.


뉴스1뉴스1


이씨는 화물차 기사이자 지역 봉사자로, 산불 발생 당일인 25일 오후 6시 재난 문자를 받자마자 영덕군민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는 수년째 교통 봉사 활동을 해오던 터였다. 대피 차량을 유도하며 누구보다 앞장서 움직였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이씨의 부모님은 맹렬한 불길에 휩싸였다. 오후 10시께 이씨의 아내가 급히 시부모가 사는 집으로 달려갔으나 이미 집은 잿더미가 된 뒤였다. 결국 이씨의 부모님은 집에서 50m 떨어진 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고개를 떨군 채 "90세 가까운 나이에도 아버지는 나무를 베어 짊어지고, 오토바이 타고 장도 다니실 만큼 정정하셨다"며 "마지막 유언도 못 듣고 떠나보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피를 도왔던 손길, 그 속엔 지키지 못한 부모에 대한 깊은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7일 기준 산불로 인한 사망자 26명...중상 8명·경상 22명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권역별로 보면 경북이 사망 22명, 중상 3명, 경상 16명 등 41명이다. 경남은 사망 4명, 중상 5명, 경상 4명 등 13명이었고 울산에서 경상자 2명이 발생했다.


주민 대피 인원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3만 7185명이다. 의성·안동에서만 2만 99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피했다가 귀가한 주민은 2만 485명,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1만 6700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산림면적은 3만 6009ha로 집계됐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 3794ha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