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노후 헬기로 불 끄다 숨진 70대 기장, 40년 베테랑이었다... "안전 강조하던 따뜻한 분"

"40년 베테랑 기장 죽음 허망해"…진화 투입 이틀 만에 참변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임차 헬기로 진화 작업하다 숨진 A(73)씨가 40년 비행경력을 자랑하던 베테랑 기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6일 강원도와 산림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54분경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A씨가 조종하던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임차 헬기(담수 용량 1천200ℓ)가 추락했다.


A씨가 몰았던 임차 헬기 기종은 1995년 7월에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됐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헬기가 짙은 연기에 가려진 전신주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선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 목격자는 "헬기가 공중 진화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려 땅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인사이트26일 오후 1시쯤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서 소화수를 담던 헬기가 추락했다. /뉴스1


40년이 넘도록 헬기 조종사로 일했던 A씨는 2021년 임차 업체 에어팰리스에 입사했고, 사고 현장에는 화재 발생 넷째 날인 지난 25일 첫 투입됐다.


A씨는 전날 오후 2시 인제에서 임차 헬기를 몰고 현장에 도착해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했으며 오후 9시 34분부터 추가로 1시간 동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사고 발생 당일에는 오전 9시 34분부터 25여분간 작업했고, 휴식 및 급유를 한 뒤 낮 12시 44분경 재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


에어팰리스에서 A씨와 함께 근무한 동료 B(68)씨는 연합뉴스에 A씨에 대해 "차분하고 후배들에게 신망받던 선배"라고 했다.


인사이트26일 오후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산불 현장에서 소화수를 담던 헬기가 추락해 소방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신앙심이 깊고 온화한 품성을 가졌던 사람"이라면서 "늘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비행할 때마다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늘 동료들에게 안전하게 비행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분이었다"면서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건 의로운 일이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이 있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심적으로 너무 힘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상권에서 발생한 동시 산불사태로 26명이 숨지는 등 56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늘(27일) 오전 6시 기준 인명 피해는 사망 26명, 중상 8명, 경상 22명이다.


인사이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