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강동 싱크홀 희생자, 사고 20분 전에도 배달... 거래처인 상조회사에 대금 못 받아 빚 시달려

싱크홀 사망 피해자, 수십억 미수금에 주 7일 근무하며 부업 배달까지


서울 강동구 도로 한복판에서 지난 24일 오후 6시 29분께 발생한 직경 20m 규모의 땅꺼짐 사고.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을 지나던 박모(33)씨가 매몰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박씨가 발견된 곳은 땅꺼짐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 약 50m 떨어진 지점이었다.


박씨가 주 7일 근무는 물론 밤에는 배달까지 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청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이 모였다.


이런 가운데 박씨가 거래처인 중견급 상조회사로부터 수십억 원의 대금을 받지 못해 배달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 20분 전에도 박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중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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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뉴스1에 따르면 박씨의 25년 지기 직장 동료 A씨는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의 동의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부친의 사망 이후 사업을 물려받았으나, 주요 거래처였던 중견 상조회사로부터 대금 지급을 받지 못하면서 빚을 지게 됐다고 한다.


박씨는 처음 28억 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상조회사를 상대로 제기했고, 1심과 2심에서 일부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소송이 약 5년간 이어지며 소송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한 부채가 계속 늘어났다. 결국 그는 3년 전부터 본업 외에도 배달과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뉴스1


생계를 위해 선택한 배달 부업, 사고 당일에도 현장에서


A씨는 "배달 업무가 위험하지 않냐고 물으면 '형, 저 완전 안전 운전하니까 걱정 마세요'라며 저를 먼저 안심시키곤 했다"며 "매달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배달에 나섰고, 집에서는 책상 앞에 앉아 그대로 기절할 정도로 지쳐 있었다"고 떠올렸다.


사고 당일 역시 박씨는 "지금 배달 많을 시간이라 빨리 가야 한다"고 말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고 한다. 박씨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배달의 민족' 앱에서는 사고 발생 전인 오후 5시 56분, 그리고 6시 6분에 배달 완료 내역이 확인됐다.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사거리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 발생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2024.3.24/뉴스1(강동구 제공)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교사거리 인근에서 대형 싱크홀 사고 발생해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 강동구


A씨는 "고인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던 사람"이라며 "가족과 회사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받아야 할 돈을 못 받으면서 소송이 길어졌고, 고인은 이자와 원금을 감당하려다 보니 빚이 많이 늘었다"면서 "홀로 남은 어머니께도 늘 미안해했고, 어떻게든 본인이 해결해보려고 애썼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기화된 소송과 미수금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


또 그는 "1심에서는 15억 원 배상 판결이 나왔고, 2심에선 10억 원으로 줄었다"며 "대법원까지는 안 가고 싶어 했는데, 상대 쪽에서 마지막 날 대법 접수를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그때마다 소송 비용이 부담됐고, 상대는 큰 기업이라 더더욱 버겁게 느꼈다"며 고인의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서울시 등을 향해서도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반 시민이 이런 일을 겪는 건 벼락 맞는 일보다 드문데,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시설 관리를 왜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