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안동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 "산불 났는데도 계속 일 하라고... 간신히 탈출했습니다"

산불 위험 속 직원 근무 강행한 안동 골프장


지난 주말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주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안동의 한 골프장이 산불 위험 속에서도 직원 근무를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자신을 골프장 캐디라고 소개한 누리꾼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산불에 죽을 뻔했다"며 불길이 번진 골프장에서 탈출하며 찍은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A 씨는 "내가 근무하는 곳이 원래 (예약) 캔슬을 잘 안 해주긴 하는데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내가 일하는 곳 안동까지 타는 냄새가 나고 재가 날리는 게 마스크를 껴야 할 정도로 심했다"며 "22일 산불 시작된 날부터 오늘(25일)까지 계속 그랬다"고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이어 "어제 자정께 골프장 바로 근처 고속도로 양방향 통제한다고 재난문자가 왔고 이 문자 때문에 예약한 60팀 중 5팀 정도가 캔슬을 했다"며 "문제는 나머지 캔슬 못한 55팀이 다 와서 골프를 쳐야 했는데 그래도 오후 3시 정도까지는 마스크를 끼면 참고 칠만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후 3시 30분께부터 A씨가 근무하던 골프장의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A씨는 "갑자기 어두운 연기와 큰 재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멀리서부터 불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전반이 끝나고 후반에 들어가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골프장 측이 계속 영업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A씨는 "고객들과 상의하고 있는데 직원이 나와서 후반 들어가야 한다고 얼른 들어가라고 하더라"며 "바람도 많이 불어서 불이 빠르게 다가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고 황당함을 토로했다.


결국 A씨가 담당한 팀의 고객들은 "캔슬 안 해주면 그냥 우리가 가버리겠다"며 환불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A씨는 "나는 다행히 살아서 나왔는데 아직 코스 안에 다른 팀들이 많이 남아있었다"며 "휴장은 못 했어도 캔슬이 안 된다고 하는 건 진짜 오버다. 아무리 골프장들이 돈에 미쳤다지만 이건 아닌 거 같다"고 비판했다.


뉴스1뉴스1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안전불감증 심각하다", "저렇게 불이 가까이 있는데 후반 나가라는 게 말이 되나", "골프장 주인 나중에 행정처분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골프장골프장 측의 안전 불감증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편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총 18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불에 탄 산불영향 구역은 이날 오전 5시 기준 1만 7534㏊로 집계됐다.


충북 옥천, 경남 김해 산불은 완전히 진압됐으나,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온양, 울산 울주 언양에서는 여전히 4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