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비화·수관화·열기둥 현상으로 빠르게 확산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해 안동·영덕까지 확산한 산불 현장에서 대형 산불의 전형적인 특징인 '비화(飛火)'와 '수관화(樹冠火)' 등의 현상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
대형 산불은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이고 산불 지속시간이 24시간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연구원 등에 따르면, 비화는 불기둥으로 인해 상승한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현상이다.이 불똥은 마치 '도깨비불'처럼 날아가 대형산불의 원인이 된다.
지난 23일 산불이 번지고 있는 경북 의성군의 한 야산 / 뉴스1
불똥은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최대 2km까지 날아갈 수 있다. 지난 2009년 호주 산불에서는 불똥이 최대 35km까지 날아가 불을 확산시켰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1.4배 많은 열에너지를 갖고 있고, 불이 지속하는 시간도 2.4배 길어 더 많은 불똥을 생성한다.
의성 지역 산에서는 불이 하늘로 솟구치는 열기둥(불 회오리) 현상도 목격됐다. 열기둥은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더해져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상승기류를 타고 회오리를 형성하는 현상으로 불똥을 유발한다.
지난 25일 하늘을 뒤덮은 경북 의성 산불 연기 / 뉴스1
강풍에 더 빨리 번졌다
지난 25일 의성에서는 순간 초속 5.2m의 남남서풍이 불었다. 이 바람은 한때 초속 20m의 강풍으로 변하기도 했다.
수관화 현상도 대형 산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수관화는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나무 상단부만 태우는 현상으로, 이로 인해 산불이 빠르게 확산된다.
수관화 역시 주로 침엽수에서 발생하는데, 전국 산림의 37%가 침엽수림이며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경북 의성·청송·영양·안동 지역도 마찬가지다.
강풍이 비탈진 경사면을 만나면 산불은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국립산림과학원 실험 결과, 바람이 없을 때 산불은 30도 경사면에서 분당 0.57m의 속도로 퍼졌지만, 바람이 초속 6m로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나 빨라졌다.
지난 24일 산불 진화 중인 소방관들 / 뉴스1
2019년 고성·속초 산불 당시에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5.6m에 달했고, 발화지에서 약 7.7km 떨어진 해안가까지 불이 번지는 데 90여 분도 채 걸리지 않아 퍼졌다. 시속 5.1km의 속도로 이동한 셈이다.
역대급 피해 규모 예상
1991년부터 2023년까지 30여 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74건에 달하며, 이 중 절반가량인 36건은 강원 동해안 인근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한 피해면적은 총 4만1663ha로, 전체 피해면적의 56%를 차지한다.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은 2000년 강릉·동해·삼척·고성 등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9일 동안 지속되며 2만3675ha(608억원)의 피해면적과 17명(2명 사망)의 인명 피해를 냈다.
지난 25일 하늘을 뒤덮은 경북 의성 산불 연기 / 뉴스1
그 다음으로는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에서 발생한 산불로, 10일 동안 지속되며 1만6302ha의 피해를 입혔다.
이번 경북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5개 지역을 휩쓴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오전 5시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만 1만5158ha에 달하며, 여기에는 안동·청송 등 나머지 지역 피해 면적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8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