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전·현직 직원들, 882억원 달하는 부당 대출 받아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전 직원이 현직 직원인 부인과 입행 동기 등과 공모해 무려 882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는 지난 1월 기업은행이 공시한 240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지난 25일 금감원은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관한 최근 검사 사례"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한 뒤 퇴직한 A씨는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7년간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세운 법인들의 자금력을 허위로 부풀리는 방식으로 대출을 받아 땅과 건물을 매입하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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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자신이 설립한 B법인을 통해 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60억원으로 토지를 매입했다. 또 별도의 C법인을 세워 운전자금 명목으로 4억원을 추가 대출받은 뒤 이 돈을 다시 B법인에 송금해 마치 재정이 풍부한 것처럼 꾸몄다.
이어 A씨는 이 토지에 지식산업센터를 짓겠다며 2020년 9월 공사비 명목으로 기업은행에서 59억원을 더 대출받았다. 당시에도 거래처로부터 24억원을 일시적으로 빌려 마치 자기 자금인 양 속였다. 기업은행의 현직 심사역이었던 A씨의 부인과 당시 지점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대출 승인을 내준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건물을 완공했지만 미분양이 발생하자,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해당 건물에 기업은행 점포를 입점시킨 뒤 이를 매각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원에게 골프 접대와 6700만원의 현금을 건넸고, 임원은 내부의 반대를 무시한 채 점포 입점을 강행했다.
부당대출 뒤 '수수료'까지 챙겨
뿐만 아니라 A씨는 건설사의 청탁을 받고 216억원의 부당대출을 알선한 뒤 수수료로 12억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씨와 입행 동기였던 심사센터장 D씨와 지점장 3명이 대출을 승인하는 데 가담했다. A씨는 대가로 D씨에게 현금 2억원과 자신이 보유한 차명법인 지분 20%를 넘겼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와 함께 A씨는 필리핀 골프 여행과 같은 사적 모임을 통해 기업은행 임직원 23명에게 접대를 제공했다. 이 중 부당대출과 관련된 임직원 8명에게는 총 15억7000만원의 현금까지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은행의 올해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5억원(17.8%)은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으로 분류됐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부실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특히 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부당대출 정황을 제보받고도 조직적으로 이를 은폐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실제 금감원 검사 중 기업은행 직원이 자료 271개와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검사 방해 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석부원장은 "심각한 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날 "금감원의 감사 결과를 철저히 반성하며,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