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조종사, 화장실 이용 승객 강제 퇴출 논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 항공사가 화장실을 오래 사용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적의 20세 승객 리브는 지난 1월 28일 멕시코에서 출발해 미국 텍사스 휴스턴으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 비행기에 탑승했다.
리브는 이륙한 지 약 30분 후 화장실로 향했으나 2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불안감을 느낀 승무원은 그의 동승자에게 상태를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동승자는 "변비가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약 10분 뒤 조종사가 직접 나서 화장실 문 앞에서 "당장 나오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리브는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마무리 중이고, 곧 나가겠다"고 답했으나 조종사는 문을 강제로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 바지가 내려간 리브를 화장실 밖으로 강제로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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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강압적 행동과 인권 침해 논란
이 과정에서 리브의 생식기 등 신체가 승객과 승무원들에게 노출되고 말았다. 또한 조종사가 리브와 그의 동승자를 밀치며 반유대주의적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정통 유대교 신자인 리브는 사건 당시 종교적 복장을 착용 중이었으며 조종사가 종교적 편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된 리브와 그의 동승자는 조사받은 뒤 기소 없이 풀려났지만 예약해 뒀던 다음 항공편을 놓쳤다. 다른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호텔과 식사 등 추가 비용은 모두 리브의 책임이었다.
리브는 결국 항공사와 조종사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인권 침해 및 인종 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고소장에는 "기내 화장실 밖으로 끌려 나오면서 신체가 노출됐고 이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조종사가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화장실 문틀에 머리와 다리가 부딪혀 다쳤다", "조종사는 나와 내 지인을 밀어붙이며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고, 유대교와 유대인들의 행동에 대해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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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혐의까지 제기된 심각한 사건
이번 사건은 항공사의 승객 대응 방식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017년에도 초과 예약으로 인해 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리는 영상이 공개돼 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승객 대응 매뉴얼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승객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도 기내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 잡힌 대응 지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