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개근거지' 별명 유행
초등학생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성실함의 상징이었던 '개근'이 이제는 가난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일부 초등학생들이 학기 중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을 비하하기 위해 '개근거지'라는 별명을 붙이기 시작하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도 이 표현에 깜짝 놀랐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통적으로 개근은 도덕적인 의무로 간주됐으나 워라밸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인해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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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완벽한 출석률'은 여행이나 휴식에 쓸 시간과 돈이 없어 학습과 돈 버는 것에만 전념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된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 A씨. 그는 "아들이 친구들에게 '개근거지'라는 놀림을 받아 울었다"며 "학기 중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는 안내는 받았으나 안 가는 가정이 그렇게 드물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 경주나 강릉, 양양 등과 같은 국내 여행을 알아봤으나, 아이는 해외여행을 원했다고 한다. A씨는 "아이가 '한국 가기 싫다. 어디 갔다 왔다고 말할 때 창피하다'고 말했다"며 "체험학습도 다른 친구들은 괌, 싱가폴, 하와이 등 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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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거지'의 충격적인 뜻...외신 반응은?
결국 A씨 부부는 아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A씨는 "당연히 모든 세대만의 분위기나 멍에가 있겠지만 저는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고 부모께서 키워주심에 감사하면서 교복도 가장 싼 브랜드 입고 뭐 사달라고 칭얼거린 적도 없었다"며 "요즘은 정말 비교문화가 극에 달한 것 같다. 참 갑갑하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허무함을 표했다.
매체는 "한국 전문가들은 '개근거지'라는 용어가 물질주의와 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 등으로 인한 사회적 압박과 연관 있다고 본다"며 "전문가들은 그것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매체는 또 아동학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성장기에 '개근거지'라는 말을 들으면 그 낙인이 평생 상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외 누리꾼들도 "'개근거지'라는 단어의 뜻이 너무 충격적이다", "가슴 아픈 별명이다", "성실하다는 뜻이니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