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앨리슨 베스와 엄마 게일 페델레, 케빈 펠프스 / Facebook
불임 전문의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한 쌍둥이 남매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앨리슨 베스(Allison Vece)와 케빈 펠프스(Kevin Phelps)는 1985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엄마 게일 페델레(Gayle Fedele)가 조셉 플라우츠 박사(Dr. Jeseph Plautz)에게 불임 치료를 받은 후 태어났다.
수십 년 후, 앨리슨은 극심한 편두통을 앓기 시작했고 그녀와 엄마 페델레는 플라우츠 박사에게 정자 기증자의 병력에 대해 문의했다.
플라우츠 박사는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있는 정자은행인 록키 마운틴 크라이오뱅크에 화재가 발생해 기록이 소실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당시 앨리슨과 페델레는 그의 말을 믿었지만, 2022년 DNA 검사를 받은 뒤 2015년 사망한 플라우츠 박사의 자녀가 이복남매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좌) 조셉 플라우츠 박사 / dignity memoria, (우) 앨리슨과 케빈 / Instagram 'alyrose817'
앨리슨과 케빈은 확인된 이복 형제만 13명의 이상이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40명 이상의 조카가 있으며 모두 플라우츠 박사의 DNA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앨리슨은 "환자를 임신시킨 불임 전문의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우리의 아버지'를 보고 의심을 품게 돼 다시 한번 DNA 검사를 했고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페델레는 "플라우츠 박사는 자신의 정액으로 수정될 수 있다고 말하거나 알리지 않았다. 나도 플라우츠 박사에게 그의 정액으로 인공 수정을 하는 것을 승인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허락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정자은행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기록도 찾을 수 없었다.
케빈과 앨리슨 / KTNV
페델레는 1984년 6월 17일, 세인트 로즈 데 리마 병원의 플라우츠 클리닉에서 15분 간의 대기 시간 끝에 수정란을 이식받았다.
당시 31세였던 그녀는 남편 리(Lee)와 임신에 실패한 후 정자를 기증받았다.
페델레는 키가 크고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자신과 닮은 45세 미만의 백인 남성 기증자에게 정자 공여를 요청했다.
그는 "플라우츠 박사는 기증자가 인근 의과대학 학생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플라우츠 박사의 DNA에는 아이들에게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유전적 조건이 포함돼 있어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페델레와 쌍둥이 자녀는 플라우츠의 재산과 그가 이전에 일했던 병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가족들은 6만 달러(한화 약 8,207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앨리슨은 17살 때부터 플라우츠 박사에게 진료를 받기도 해 충격이 컸다.
그는 "플라우츠 박사의 환자가 되어 그에게 자궁경부암 검진, 유방암 검사 등을 받았다. 두 번이나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미혼인 앨리슨의 쌍둥이 남동생 펠프스는 여전히 라스베이거스에 살면서 이미 친척과 잠자리를 했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은 데이트가 두렵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이복 여동생, 이복 누나와 데이트를 할까봐 겁이 난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플라우츠 박사는 자신의 정자로 환자들에게 인공수정을 해 아이를 낳게 한 혐의로 기소된 수십 명의 불임 의사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미국 최대 불임 클리닉 중 하나인 보스턴 IVF를 설립한 저명한 불임 전문 메를 버거 박사(Dr. Merle Berger)가 자신의 정자로 환자를 임신시킨 사실이 44년 만에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