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ube '강원경찰'
날카로운 촉으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할 뻔한 산후도우미를 구한 아기 아빠의 사연이 화제다.
이 아기 아빠는 현직 경찰관이었다.
지난 2일 강원경찰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일하던 중 걸려 온 전화.. '보이스피싱'이라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YouTube '강원경찰'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전 9시께 강원 홍천의 한 가정집에 산후도우미로 첫 출근한 50대 A씨는 '아들'로 표시된 발신자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 아들은 "사채를 썼다가 갚지 않아 감금당했다. 당장 2,000만 원이 있어야 풀려날 수 있다. 당장 2,000만 원을 현금으로 뽑아 집으로 오면 나를 납치한 사람들이 돈을 받아 갈 것"이라면서 "절대 전화를 끊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아들의 목소리에 실제로 납치당한 것으로 생각한 A씨는 전화를 끊을 수 없어 마침 집에 있던 아기 아빠의 휴대전화를 빌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린 후 아기 부모에게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라며 조퇴했다.
그러나 다행히 A씨가 전화를 빌렸던 아기 아빠는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37) 경사였다.
YouTube '강원경찰'
전날 당직 근무를 선 뒤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김 경사는 A씨가 손을 심하게 떨면서 휴대전화를 빌려 통화한 점을 이상히 여겨 조퇴한 A씨에게 연락했으나 계속 통화 중이었다.
보이스피싱범들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아는 김 경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직감했다.
김 경사는 통화 기록에 남은 A씨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절대 돈을 주지 말라"며 신신당부한 뒤 바로 112에 신고했다.
다행히 이로 인해 A씨는 피해를 면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후에 출근한 김 경사가A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이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뒷번호 8자리만 일치하면 같은 번호로 인식해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을 표시하는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이용해 A씨를 범행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외에서 걸려 온 전화인 줄 모르고 A씨는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찰은 해외에서 수신되는 전화는 차단되도록 A씨의 휴대전화 설정을 바꾼 뒤 예방법을 알려주는 등 후속 조치를 했다.
A씨는 이후 김 경사의 집을 다시 찾아 "덕분에 2,000만 원을 지킬 수 있었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경사는 "피해를 보지 않으셔서 천만다행"이라며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면 항상 의심하고 경찰에 알려달라"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