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국가유공자 연금 안 쓰고 러닝머신에 아껴둔 90대 할아버지...'치매'로 전부 잃을 뻔했다

인사이트안산상록경찰서


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 불린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하루하루 소중한 추억,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 국가유공자 할아버지도 치매로 인해 영예를 잃어갔다.


국가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건낸 연금도 쓰지 않고 아껴두다 치매로 인해 모두 잃을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한 시민의 신고로 약 5000만원에 달하는 연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인사이트안산상록경찰서


지난 9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 51분께 "안산시 상록구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버려진 운동기구 안에서 현금다발이 나왔다"는 취지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고철 수거업자 전장표씨였다. 전씨는 누군가 버린 러닝머신을 분해하다 현금다발을 발견했다. 현금다발은 5만 원권 975매 총 4875만 원에 이르렀다. 돈은 모두 천으로 엮어 꽁꽁 숨겨져 있었다.


전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60대 여성 A씨와 한 남성이 러닝머신을 버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A씨에 따르면 이 돈은 치매를 앓던 그의 아버지 B씨(90대)가 그동안 받은 국가유공자 연금을 인출해 러닝머신 안에 넣어둔 것이었다.


인사이트안산상록경찰서


전씨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손잡이 옆에 파이프 안에서 나왔다. 보자기 같은데, 전대에 딱 들어 있었다"며 "뜯으니까 쑥 나오더라. 다리가 떨려서 일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것이 아니니 당연히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나 그걸 안 쓰고 그렇게 꼬불거리게 모았나...안 됐다. 좀 쓰고 했으면 좋은데"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전씨는 감사장을 수여하겠다는 경찰의 제안을 몇번이나 거절한 끝에 감사장을 받아들었다고 한다.


한편 A씨는 분실했던 현금의 약 10%에 해당하는 485만원을 전씨에게 지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