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기시 시게이치 / JBpress
세계 최초로 노래방(가라오케) 기계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네기시 시게이치(根岸重一)가 향년 100세로 별세했다.
지난 1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초의 노래방 기계를 발명한 기업가 네기시 시게이치가 지난 1월 26일 10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네기시 시게이치는 1967년 '스파르코 박스' 프로토타입으로 일본의 노래방 열풍을 이끈 인물이다.
그의 사망은 일본 전국노래방사업자협회 전무이사 가타오카 시로(片岡史郎)에 의해 확인됐다.
Hiroko Yoda
1923년에 태어난 네기시는 도쿄 북부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를 위해 카스테레오를 조립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일본에서 방송되는 싱어롱 라디오 쇼의 단골 청취자였던 그는 여분의 카세트 데크를 마이크와 혼합회로에 연결해 자신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네기시는 일본 전국노래방사업자협회에 발간한 글을 통해 "공장 기술자에게 물어보니 '간단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카스테레오에 마이크 입력 단자를 부착하고 주크박스의 프로토타입과 같은 것을 만들었다"라고 회상했다.
2020년 출간된 매트 알트(Matt Alt)의 저서 '순수한 발명'에 실린 네기시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네기시는 1930년대 코다마 요시오의 노래 '무조노유메'의 악보 테이프로 기기를 처음 테스트했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BS2 '최고의 이혼'
"작동한다!" 그는 스피커에서 음악과 함께 자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을 떠올렸다.
네기시는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기를 '스파코 박스(Sparko Box)'라고 부르며 가사지와 함께 판매했고 일본 전역에 약 8,000대를 제자해 주로 술집과 레스토랑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기시가 1970년대에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할 무렵에는 이미 여러 경쟁업체에서 비슷한 기계를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가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스파코 박스를) 배경 음악으로 판매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Hiroko Yoda
전국노래방사업자협회는 노래방 기계를 발명한 사람으로 네기시 한 사람만이 아닌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에 기계를 만든 여러 사람을 인정하고 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음악가이자 사업가인 이노우에 다이스케로, 1971년 카스테레오를 기반으로 발명된 '8 주크(8 Juke)' 기계를 만들었다.
이 기계는 노래방 기계의 상용화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노우에는 네기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명품에 특허를 내지 않았고, 곧 다른 전자 제품 제조업체들이 자체 버전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1980년대에는 '가라오케 박스(KTV)'가 일본을 휩쓸었고, 일본 아마추어 가수들의 주요 공연 장소로 술집과 레스토랑을 제치고 개인 노래방이 등장했다.
이후 비디오 가라오케와 네트워크 가라오케 시스템 도입 등의 발전으로 노래방 문화는 수십 년 동안 아시아와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전국노래방사업자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는 8,000개 이상의 노래방이 있으며, 노래방 기계가 설치된 바는 131,500개로 2022년 총 3,879억 엔(한화 약 3조 4,31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