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순 여사 / 국민의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지난 7일 오후 5시 39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김 전 대통령은 9년 전 2015년 11월 22일 서거했다.
1929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손 여사는 마산여중과 마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3학년 시절인 1951년 서울대 철학과 3학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당시 이화여대에는 금혼 학칙이 있었지만, 손 여사는 결혼 사실을 숨기고 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 졸업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 모습 /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김 전 대통령 측근인 상도동계 인사들은 "YS의 민주화 투쟁에서 손 여사의 내조가 필수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손 여사가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온갖 고초를 겪었던 김 전 대통령 곁을 지키며 내조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 시절이나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적극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지 않았고, 정치권과도 거리를 뒀다.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5월 신부에 대한 항의로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일 때에는 외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알렸다. 또 김 전 대통령 곁에서 성경을 읽어주며 마음을 다잡아줬다고 한다.
야당 시절 손 여사는 손님 대접을 위해 하루 한 말씩 밥을 했고, 당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집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날마다 거제산 멸치에 된장을 푼 시래깃국을 지어 대접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23일간 단식 중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손명순 여사의 모습 /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1993년~1998년 대통령 부인 시절, 손 여사는 참모 아내들과의 모임을 모두 없애고, 입은 옷의 상표를 모두 떼고 입을 정도로 구설에 오를 일을 만들지 않으며 묵묵히 그림자 내조를 해왔다.
두 사람은 생전에 부부애가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를 두고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맹순이'라고 불렀다.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 행사에서 "그동안 참 고마웠소. 맹순이가 예쁘고 좋아서 60년을 살았지"라며 손 여사 볼에 입을 맞췄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손 여사에 대해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남편인 저를 높여줬다. 화를 잘 내는 저에게 언제나 져줬고,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다"고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영부인 손명순 여사가 등산 중 다정하게 찍은 사진 / 뉴스1
또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2가지 있다"며 "군사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룩한 일과 60년 전 아내와 결혼한 일"이라고 했다.
손 여사는 2015년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상도동 사저에서 계속 살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사님께서는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 신문 독자투고란까지 챙겨 읽으시며 김영삼 대통령님께 민심을 전하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치적 동반자 역할을 해주셨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국민 모두 여사님의 삶을 고맙고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입맞추는 김영삼 전 대통령 /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
유족으로는 딸 혜영, 혜경, 혜숙 씨, 아들 은철, 현철(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씨 등 2남 3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5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현철 씨 아들 김인규 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행관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4·10 총선 부산 서·동구 경선 후보다.
발인은 오는 11일 오전 8시다. 손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 전 대통령의 묘역에 합장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