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24시간 맞교대 근무하면서 민원 두려워 잠도 못 자고 주 60시간 일한 경비원 '실명'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며 휴식이나 수면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경비원이 스트레스와 과로를 호소하다가 실명했다.


법원은 경비원의 실명이 '과로로 인한 산재'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26일 서울고등법원 제4-1행정부(재판장 이승련)는 지난달 24일 아파트 경비원이던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실명이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유발됐거나 일반적인 진행 속도보다 빠르게 악화했다며 실명과 업무 수행 사이 통상적인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의 실명이 과로·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여서 요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지난 2017년 10월 25일 경남 사천에서 아파트 경비원 업무를 시작한 A씨는 5개월 만에 왼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도 뿌옇게 보이는 증상을 겪었다.


당시 A씨는 새벽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24시간 일하는 격일제로 근무했고, 일주일 평균 59.5시간 일했다. 수면 시간이 5시간 주어졌지만, 택배나 민원 등으로 제대로 잠들기 어려웠다.


주민 민원이 3회 이상 접수되면 해직할 수 있다는 근로 계약 탓에 그동안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눈에 이상을 느낀 날에도 큰 눈이 내려 A씨는 새벽 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제설 작업을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A씨는 시신경병증 진단을 받았고 양쪽 눈이 실명됐다. 이듬해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A씨의 환경적 요인이나 과로,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내렸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은 과로를 뇌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해서만, 안과 질환은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해서만 규정해 형식적 요건만 적용한다면 A씨의 경우에도 과로 산재로 인정받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이 법원 판단대로 과로 산재를 실질적 업무 환경을 기준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