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2일(토)

의사 수 부족해 간호조무사에게 대리 수술시켰다고 변명한 의사에게 재판장이 날린 일침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간호조무사들에게 대리 수술시킨 의사들이 항소심에서도 무더기로 '의사면허 취소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일 광주지법 형사1부(김평호 부장판사)는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의 모 척추병원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3년과 벌금 200~300만 원을 동시에 선고받았다.


대표원장 A씨(63) 등 의사 3명은 2017~2018년 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 수술실에서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 13차례에 걸쳐 수술 봉합 처치 등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간호조무사 3명은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사 3명은 의료인이 수술한 것처럼 속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부당하게 타낸 혐의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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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피부 봉합 수술을 맡겼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리 수술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의료계 현실이고, 이번 사건의 대리 수술 행위가 피부 봉합에만 그쳤다. 위험한 수술이 아니었다"며 "의사면허 박탈만은 막아달라"라고 호소했다.


피고인들은 의료법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무거운 특별조치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특별조치법 적용이 문제가 없다면서 "CCTV와 의료계의 사실 조회 등으로 확인한 결과 위험성이 크지 않았던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게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대리 수술 행위는 환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대리 수술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도 없다는 피고인들의 사고방식은 매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행위 중 하나인 피부 봉합을 맡긴 것은 위험성 여부를 떠나 엄연히 법 위반 사안이라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영리 목적으로 간호조무사와 의사가 함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실도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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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들은 연봉이 높은 편이다. 이유가 뭐겠냐"며 "의술의 중요성, 생명에 대한 가치, 의사에 대한 존중이다. 이런 가치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지 의사들 잘 먹고 잘살라고 그러는 게 아니다"라며 "관행이라는 이유로 반복하는 잘못을 개선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되고 기본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질책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료 현실을 주장하는데, 이런 사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문제점을 개선할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무슨 큰일이냐.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는 식으로 대응하면 책임이 사라지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가 의사를 배려하고 존중하면 의사도 환자를 똑같이 대해야 한다"며 "의사가 처음 됐을 때의 사명감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원심의 형은 정당해 절대 무겁지 않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사들은 일명 '의사면허 박탈법'이 시행되기 전에 범죄를 저질렀지만, 보건범죄특별조치법이나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례에 해당해 확정판결 시 의사 면허가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