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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한 경기에서 무려 9골이 터졌다. 서로가 서로의 폐부를 찌르는 축구 특성상, 한쪽이 이 9골을 모두 넣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오늘(한국 시간) 새벽 있었던 2018-19시즌 카라바오컵 4강 1차전 맨체스터 시티 vs 버튼 앨비언에서는 한쪽이 9골을 모두 넣었다.
상대 팀으로는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조차 팀 지휘에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3부리그 버튼 앨비언을 이끄는 니겔 클러프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인사하러 온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자리를 옮기려는 과르디올라의 손을 잡고 말을 전했다.
얼굴에는 0-9로 패배한 팀의 수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그는 과르디올라의 가슴팍을 한 대 치기도 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통상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특성상 맨시티를 칭찬했을 것으로 보인다.
"진짜 당신이 만든 팀, 너무 잘하더라"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비참함마저 느낄 패배를 맛보고도 밝게 웃으며 말하는 모습은 그 예상에 힘을 보태준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팀을 '리스펙트'하지 않는 감독들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큰 스코어 차이로 이기고 있다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 나가거나, 라이벌 팀을 크게 이겨 세레모니를 하는 감독을 나무라는 감독이 논란이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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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감독에게, 그런 감독의 태도를 정당화했던 이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버튼 앨비언의 결승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맨시티 선수단의 몸값 규모는 약 1조 4천억 원. 반면에 앨비언은 86억 원 정도로 평가됐다.
지난 시즌 EPL 우승팀인 맨시티와 3부리그 팀의 대결은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앨비언 선수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투쟁했고, 맨시티 또한 그런 상대 팀을 존중해 고삐를 늦추지 않고 몰아쳤다.
상대 팀에 대한 최고 존중·예우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맨시티 선수들은 몸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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