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이준오 씨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어느덧 평창 동계올림픽의 폐막일이 다가왔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많은 이슈가 탄생했다.
많은 이슈 가운데서도 훈훈한 외모로 여심을 흔든 '헝가리 윙크남' 산도르 리우 샤오린과 뒤에서 그를 따라 하던 '빨간 조끼남'이 온라인에서 여전히 뜨겁다.
이들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17일 강원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 경기에서다.
당시 헝가리 국가대표 산도르 리우 샤오린은 경기 시작 전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신의 대표 제스쳐인 윙크를 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샤오린 선수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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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린의 바로 뒤에 있던 스태프로 보이는 '빨간 조끼'를 입은 남자가 샤오린과 함께 본인이 화면이 비춰지자, 돌연 샤오린 특유의 양쪽 눈썹을 한 번씩 쓰다듬고 카메라를 향해 사랑의 총알을 발사하는 제스쳐를 그대로 따라 했다.
순서까지 척척 맞아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 이 스태프는 자신도 뿌듯한 듯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많은 누리꾼의 시선을 사로잡은 스태프의 윙크 모습은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온라인에 퍼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빨간 조끼남'이라고 불리는 이 스태프는 바로 올해 29살 청년인 이준오 씨다.
어릴 적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나서도 경기를 찾아다니며 남다른 열정을 뽐내오고 있다.
사진 제공 = 이준오 씨
특히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너무나도 참여하고 싶었던 그는 직장에 휴직을 내면서까지 이번 올림픽에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선수 출신으로 그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챙겨주는 이준오 씨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사이트 취재진은 폐막식을 앞두고 그와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헝가리 윙크남을 따라 하면서 SNS 스타로 떠올랐다. 인기를 실감하는가?
아직도 얼떨떨하다. 많은 사람이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평범한 일반인인데 관심을 가져줘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내가 괜히 주목받는 것 같아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Q2. 실제 길거리로 나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TV에 등장한 뒤 올림픽 파크에 나갔더니 '어 윙크남 뒤에 있었던'이라며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도 먼저 다가와 사탕, 초콜릿 등을 주셔서 감사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평창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인사를 건넸다.
게다가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비롯해 코치진들이 '어! 눈썹 세레머니! 완전 스타 됐네'라며 축하를 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헝가리 윙크남' 산도르 리우 샤오린 선수가 알아봐 줘서 좋았다.
사진 제공 = 이준오 씨
Q3. 어떤 생각을 가지고 '헝가리 윙크남'을 따라 했나?
절대 의도한 행동은 아니다(웃음). 평소 쇼트트랙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샤오린 선수가 윙크 세레모니를 자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전광판으로 내 얼굴이 비치는 걸 눈치챘다. 절묘하게 투샷으로 나와 가만히 있기가 민망해 한 번 따라해 봤다.
그런데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인 만큼 장난스럽게 느껴질까 봐 나중에 걱정도 됐다.
다행히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오히려 심판들과 선수들이 알아봐 줘 기분이 정말 좋았다.
Q4. 이후 따로 '헝가리 윙크남'을 만나는 것까지 성공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줄 수 있나?
나는 쇼트트랙 경기 전체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래서 경기를 앞두고 2주 전부터 항상 선수들이 출입구를 지나면 내가 보이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인사도 하고 자주 보면서 편해졌고, 자연스럽게 선수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선수와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 샤오린을 선수를 따라 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화제가 됐고, 이걸 샤오린 선수가 봤는지 연습하러 나올 때 먼저 다가왔다.
이때 샤오린은 "영상의 주인공이 너야, 형이야?"라고 물었다. 나에게는 쌍둥이 형이 한 명 있는데, 그 때문에 확인하기 위해 질문한 것이다. 내가 '나'라고 대답하자 샤오린 선수가 스토리에 셀카를 올리고 싶다고 해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셀카를 찍은 이후에는 내가 먼저 영상을 제대로 찍자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내 SNS에 영상을 올리게 됐다.
Instagram 'jlee_7'
Q5. 국적이 다른데 언어는 잘 통했나?
미국에서 유학을 오래 해 영어는 능숙하다. 또한 과거 초등학생 시절 쇼트트랙 선수였기에 누구보다 쇼트트랙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 유명했던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애정을 갖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면서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Q6. 한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평창 올림픽에 참여한 계기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우리나라 쇼트트랙 남자 선수였던 이정수가 절친이다.
고등학교를 밴쿠버에서 나와 이정수를 응원하려고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볼까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 결국 응원하러 가질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다.
그때의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꼭 참여하고 싶었고, 다행히 이렇게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제공 = 이준오 씨
Q7. 생생한 현장에서 많은 경기를 봤을 텐데, 현장 분위기와 가장 기억에 남은 레이스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역시 현장에서 보는 게 생동감이 훨씬 넘친다. 특히 스케이팅 속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 긴장감이 더욱 넘쳤다.
또 선수들의 투혼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훈련과정부터 결과까지 다 참여한 만큼 난 참 복이 많은 것 같다.
거의 모든 쇼트트랙 경기를 다 지켜봤고, 모두 다 감동적인 레이스였다. 그래도 그중에 굳이 꼽는다면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와 여자 쇼트트랙 계주 결승전이 기억에 남는다.
임효준이 남자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의 남자 쇼트트랙은 이제 약하다'는 인식을 타파해주는 멋진 경기였다. 다시 한국 쇼트트랙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결승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힘든 상황을 지나왔음에도 결국 금메달을 따내는 여자 대표님의 모습을 보며 감동스러움에 전율마저 느껴졌다.
Q8. 그 누구보다 특별한 올림픽을 보냈는데 마지막 소감은?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값진 경험이었고 이를 계기로 쇼트트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외국 선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표팀 모두 훈훈한 선수들이다.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지켜봐 달라.
사진 제공 = 이준오 씨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