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 오해 없어... 자유심증주의 한계 벗어나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지 4년 10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며, 관련 혐의에 대한 사실상 최종 판단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원심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자본시장법이나 외부감사법 등에 대한 법리 오해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일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그 증거능력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는 항소심 판단을 수용했습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장충기 전 차장 등 피고인 13명 전원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19개 혐의 모두 무죄... 법원, 검찰 주장 사실상 배척
이 회장이 혐의를 받게 된 계기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었습니다. 당시 이 회장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사내 미래전략실이 부정거래, 시세조종, 회계부정을 주도했고, 이 회장이 그에 관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어 올해 2월 서울고법 형사13부 역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부터 합병계약, 주주총회 승인, 주가관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부정한 계획'이나 '보고서 조작' 등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서도 재무제표 처리가 재량을 넘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외부에 오해를 유도하거나 지배력 변경을 가장했다는 검찰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된 공소사실은 물론 예비적 주장까지 모두 기각됐다는 점에서, 법원은 검찰 논리를 사실상 전면 배척한 셈입니다.
"열심히 하겠다"... 경영 행보 본격화 신호탄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단순한 무죄 선고를 넘어, 이 회장을 얽매고 있던 사법리스크가 마침내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시작된 재판이 햇수로만 10년, 이 회장은 그동안 피고인 신분으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 왔습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이 회장이 심리적·물리적 부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2심 무죄 직후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과 연달아 회동하며 인공지능(AI) 협력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인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빅테크들과의 협업을 모색했고, 지난 14일 귀국길에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대법원의 무죄 확정은 이 회장 개인뿐 아니라 삼성 전체에도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실적 반등과 함께, 미래 사업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