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3일(목)

드럼치듯 나무 두들기던 침팬지들... 알고 보니 1km 떨어진 친구와 '이것' 하는 중


침팬지들이 열대우림에서 나무를 치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수십 년간 유심히 관찰한 한 괴짜 과학자와 그의 동료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대중 과학지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간이 드럼을 치는 것처럼 나무를 두드리며 리듬을 타는 침팬지의 행동에서 특별한 사실이 발견됐다.


이날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University of St. Andrews)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한 이 연구 보고서에는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 분포한 야생 침팬지 11종의 '리듬 패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수십 년에 걸친 관찰 끝에 연구진은 총 371가지의 침팬지 리듬 패턴을 밝혀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 결과 침팬지들은 동료에게 특정 정보를 전하고 싶을 때 미리 약속된 듯한 리듬으로 신호를 보냈다.


또 나무뿌리에서 휴식을 취할 때나, 거처를 이동하는 경우 등 동료의 보호나 도움이 필요할 때 주로 소리를 만들었다.


심지어 녀석들이 손이나 발, 때로는 몸을 나무에 부딪혀 내는 소리는 1km 이상 떨어진 곳까지 들렸다.


울창한 정글에서 멀리까지 소리를 보내기 위해 침팬지들은 소리가 크게 울리는 나무를 선택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것이 침팬지의 장거리 소통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침팬지가 이유 없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소통을 하는 것처럼 리듬에 의미를 담아 전달한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오스트리아 빈대학교(University of Vienna) 소속 베스타 엘레우테(Vesta Eleuteri)는 "그들은 무작위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으로 연주하며, 음악 문화 전반에서 관찰되는 전형적인 리듬인 이소크로니(isochrony)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프리카 반대편에 사는 동부와 서부 침팬지는 서로 다른 리듬으로 나무를 쳤다"면서 "동부 침팬지들이 더 빠르고 잦은 리듬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캐서린 호바이터(Catherine Hobaiter) 세인트앤드루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음악은 인류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며 "침팬지가 인간 음악의 핵심인 리듬 감각을 공유한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러한 능력이 인간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게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