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2일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를 30년이나 했는데도 어쩌다 한 놈에게 두 번이나 '네다바이'(사기)를 당했다"며 "부끄럽고 부끄러워서 낯을 들고 다니기조차 창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김문수는 역이용했는데"라고도 덧붙였다. 이는 20대 대선 경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패하고, 21대 대선 경선에서도 윤 전 대통령의 배후 개입으로 또다시 탈락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앞서 홍 전 시장은 지난 7일에도 SNS를 통해 "내가 겪은 경선 과정을 밝히고 떠나야겠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가 김문수가 만만하다고 보고, 한덕수의 장애가 되는 홍준표를 떨어뜨리자는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윤 전 대통령과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를 차기 대선후보로 밀기 위해 당내 기반이 약한 김문수 후보를 띄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문수는 이들의 음험한 공작을 역이용한 것"이라며, 자신이 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제거됐다고 했다.
이번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홍 전 시장은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논란과 한동훈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홍 전 시장의 발언은 사실상 '결별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글 말미에 윤 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래, 이재명이 한 번 나라에서 살아봐라. 니가 이재명이한테 한 짓보다 열 배나 더 혹독한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각종 수사를 벌였던 점을 거론하며, 향후 윤 전 대통령 자신이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준비하며 한동훈 전 대표와 갈등을 빚던 시기까지만 해도 홍 전 시장은 그를 일정 부분 옹호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선 국면을 거치며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의 수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