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새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다.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로, 40년 넘게 이어진 인연이 이제는 국정 핵심 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다.
문제는 이 처장의 이름이 지난해 12월 4일 '비상계엄 다음날 용산 안가 회동'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당시 회동에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민정수석 등 윤석열 정부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내란 공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 있다.
야권은 "내란 공범이 헌재 재판관 후보가 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처장이 안가 회동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국회 질의에서 드러나며, 더불어민주당은 '증거인멸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처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싶었다. 사용상 불편함도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커졌다.
이완규 처장은 법조계 안팎에서 '법률이론가'로 통한다. 검사 시절부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해박했고,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검사와의 대화'에서는 정부 인사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소수 중 하나였다.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며 사표까지 제출했던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를 당했을 때, 그의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대리한 것도 이 처장이었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앞장서 변호를 맡아 '법률 방패' 역할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 처장은 곧장 법제처장 자리에 앉았다. 경찰국 신설, 인사정보관리단 설립 등 논란이 일었던 정책들에 대해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주도하며, 청와대 안팎에서는 '윤석열 맞춤형 법률가'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제 그는 헌법재판관으로 중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하지만 그가 과연 헌법적 가치의 최종 판단자 자리에 어울리는 인물인가에 대한 물음은, 앞으로 더 거센 검증을 예고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것으로 유명한데, 절친한 친구 이 처장은 '8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시험은 이 처장이 32회, 윤 전 대통령이 33회에 합격했지만, 사법연수원은 23기로 함께 수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