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미국 국립공원에서 일명 '좀비 사슴'으로 불리는 사슴 질병 사례가 최초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현지 시간)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최근 사슴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에 걸린 사슴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CWD는 사슴이나 엘크 등 사슴류에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며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거나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
실제로 '좀비 사슴'의 모습을 포착한 영상을 보면 뇌에 구멍이 뚫린 사슴은 평범한 사슴에 비해 인간을 덜 무서워하고 표정이 사라졌다. 귀가 축 처지고 침을 흘리거나 다리가 휘어 주저앉는 증상도 보였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CWD는 미국 23개 주와 캐나다 2개 주, 한국 등지까지 확산했다.
아직 사람이나 다른 종이 이 질병에 걸린 사례는 없지만, 인간 감염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교수는 2019년 미국 미생물학회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CWD에 감염된 사슴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형된 단백질 '프리온(prions)'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몇 년의 잠복기가 있을 것"이라며 "10년 이내에 CWD에 전염된 인간의 사례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온에 감염되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달리 몇 년간 자연에서 파괴되지 않고 타액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어 걸리면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도 CWD 청정지역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 발병했으며 2010년 19마리를 끝으로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2016년에 다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의령 진주 등의 지역 농장에서 CWD가 발견돼 전량 살처분하는 등 2018년부터는 매년 CWD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약재로 유통되는 녹용의 경우 대부분 CWD 발생 사례가 없는 러시아산, 뉴질랜드산이 많지만 국내에서 녹용이나 녹혈, 사슴고기 등 부산물을 소비할 경우 해당 사슴이 CWD 위험이 없는지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