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또 징역을 살게 될 위기에 놓였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약 3년 2개월 간 재판에 시달리다 지난 17일 검찰에 징역 5년을 구형 받았다.
사면 복권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감옥에 들어가게 될 경우 삼성그룹 전체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 같은 사법적 절차를 두고 크게 분노하고 있다.
경제 위기 및 반도체 산업 위기 속에서 또다시 대한민국 주요 경제인을 처벌하려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가 연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의사결정권자인 점 그리고 실질적 이익이 귀속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피고인 최후진술에서 "합병과 관련해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면서 "부디 저희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이 회장은 "어쩌다 일이 이렇게 엉켜버렸을가 하는 자책도 하고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며 "저와 삼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은 훨씬 높고 엄격한데 미처 거기에 이르지 못했다는 점을 절감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기업가로서 회사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려 한다"라며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
최후 진술 마지막 부분에서 원고를 쥔 이 회장의 손이 떨리는 모습이었고, 목이 멘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더 이상은 시간을, 자원을, 인력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위기 타개를 강조했다.
길고 긴 법정 싸움 속에서도 외부요인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되돌아본 이 회장을 두고 시민들은 "고생만 한다"라는 반응이다.
각종 사기꾼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돈을 갈취하는 데도 집행유예가 나오고, 각종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선처를 받는 이 사회에서 대한민국 1위 기업 총수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IMF, KDI 등 각종 경제전문단체가 내놓는 한국의 올해 그리고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보면 사태가 심각한데도 느끼는 바가 없는 거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고위직에 앉기 위해 고위직이 주도면밀하게 이 회장을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음모론이다.
물론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는 음모론에 불과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전례 없이 답답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에 대한 선고는 오는 1월 26일 이뤄지는데, 시민들은 이때 눈 크게 뜨고 판결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려는 목적으로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주요 주주 매수' . '중요 정보 은폐', '거짓 정보 유포', '허위 호재 공표', '자사주 집중 매입' 등을 통해 시세조종·부정 거래를 주도했다고 봤다.
배임 행위 주체로 삼성물산 이사들이 지목됐고 지시 또는 공모자로 이 회장이 지목됐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합병 이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 5천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