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8일(금)

떠나는 MZ공무원들 붙잡겠다더니...'공무원 체육행사'에 '조퇴' 쓰라는 정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근무한 지 1년도 안 돼 퇴직하는 '새내기 공무원'이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공무원 체육대회 참가를 위해 조퇴 처리하라는 정부의 지침이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열린 정례회 운영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특별시의회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이 '직원 체유대회'를 개인 연차나 조퇴를 사용해 참석하라는 것이 직원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공직사회 체육·문화행사가 재개되던 때 한 지방직 공무원이 국민신문고에 평일 체육행사를 위해 조퇴 처리를 해야 하는지 문의하면서 불거졌다.


문의를 받은 행안부는 "불가피하게 일과 시간에 행사를 해야 할 경우 최소한의 인원이 참여하고 조퇴 처리를 하라"라고 답변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일부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들은 행안부의 답변을 '공무원 복무 규정'으로 받아들이고 연가 또는 조퇴 방침을 적용했다.


해당 방침이 내려지자 서울시 공무원 자유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게시 글이 52건, 댓글 286개, 총 조회수 10만 6000건이 넘는 등 항의가 빗발쳤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공무원들이 조직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자리에 연가나 조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불합리하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공무원 후생 복지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연 2회 부서별 팀원 전체가 참여하는 체육대회를 진행하게 되어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부서에 따라 업무 관련 워크숍이나 직원 간 소통 행사 등을 자체적으로 열기도 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건강 증진과 화합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열리는 체육대회를 연가·조퇴를 사용해 참석하라는 것은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반응이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체육행사 운영 방향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연차 사용을 개인 권리로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운영 규정이라 생각한다"며 "직원 설문 조사 등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신문을 통해 "국민신문고 답변은 행안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식 공문이나 업무 지시를 통해 내린 지침은 아니다"라며 "복무 지침은 지자체별로 만드는 것이며 행안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를지 말지도 (각자) 판단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행안부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모호한 답변과 떠넘기기식 태도가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근무한 지 1년도 안 돼 퇴직한 공무원이 2018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혁신처가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는 '경직된 조직 문화', '낮은 보수',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가 퇴직의 주된 이유로 꼽혔다.


정부와 지자체는 새내기들의 공직 이탈을 막기 위해 처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직적인 공직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