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미국 서부의 대표 관광지인 샌프란시스코는 코로나 이후 심각한 지역 갈등의 문제가 될 만큼 노숙자가 늘어났다.
거리마다 마약 중독자와 강도도 들끓어 '범죄도시'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그런데 거의 하룻밤 사이에 샌프란시스코 길거리에서 노숙자들이 사라졌다. 2년 만에 성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를 앞두고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미중 간 군사 소통 채널을 전면 재개하기로 했다. 최악으로 치닫던 미중 관계가 다시 복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의 갈등 심화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선거 전략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미중 관계 안정화를 통해 첨단 기술 분야에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디커플링(decoupling, 공급망 등 분리) 등을 무디게 하고 경제 성장세 회복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에 있어서 모두 중요한 회담이다.
이 때문인지 정상회담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의 8000명에 이르는 노숙자와 약물 중독자들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CBS 방송에 따르면 APEC 회의가 열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와 약물 중독자는 모두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주민들 또한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차단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외출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담장 주변 도로에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3m 높이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됐다. 또 인근 도로에는 차단막이 설치되고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중국인들은 샌프란시스코에만 8000명이나 되는 노숙자가 있는 것을 몰랐기에 현재 중국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것을 중국인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노숙자는 미국의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 문제의 증거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위해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으며 이번 APEC을 앞두고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전하며 "이런 이유로 샌프란시스코에서 APEC을 앞두고 노숙자를 청소한 일이 중국에서 핫토픽"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노숙자들을 위해 지난주에 그룹 보호소를 열고 약 3000개의 침대를 추가로 공급했다.
비판적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 노숙자연합의 제니퍼 프리덴바흐는 "2016년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을 때와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 두렵다"며 "노숙자들은 평소 시내에 거주하던 사람들을 위해 대피소에서 쫓겨나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빠르게 해결될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해뒀다는 건 정부가 할 수 있었는데도 그동안 하지 않았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시장은 이번 APEC 행사를 통해 "범죄와 노숙자보다는 안전하고 활기찬 도시로 우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