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경기 고양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폭력 가해 학생 부모들을 사주해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한 정황이 드러났다.
14일 조선비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저녁 고양시 모 초등학교 학부모가 자녀인 A군의 학급 담임 교사 B씨를 아동복지법위반,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일산 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교사 B씨가 학교 폭력 가해 학생 부모들에 연락해 수업 방해 학생에 대해 강경 조치하도록 학급 규칙을 개정하는데 협조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학급 규칙 개정을 언급한 시점이다.
B씨는 평소 틱 증상을 앓는 점 때문에 A군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이에 A군이 학교 폭력 사태에 휘말린 것을 빌미로 A군을 반에서 내쫓기 위해 가해 학생 부모들을 포섭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A군은 지난 8월 29일 학교 도중 같은 반 학생 11명에게 둘러싸여 머리와 배 등을 수차례 폭행 당했다.
A군은 틱 증상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복용 중이었는데, 가해 학생들은 평소에도 A군의 이런 점을 가지고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괴롭힘은 동급생뿐만이 아니었다. 담임 교사 B씨도 A군에게 "너 ADHD야"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A군의 부모에게 'A군이 기침을 해 침을 튀겨 다른 학생들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군은 이후 B씨의 지시로 해당 메시지 내용을 같은 반 학생들 앞에서 소리 내 읽어야 했다.
하지만 학칙 개정을 빌미로 A군을 반에서 몰아내려던 B씨의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A군 집단폭행 가해 학생 중 한 명인 C군의 학부모는 조선비즈에 "학폭 사태가 정리되지 않은 시접에 '수업권 보장'을 운운하며 규칙을 개정하자는 게 누가 봐도 A군을 저격하는 모양새였다"라면서 "다른 가해 학생 학부모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다른 가해 학생 학부모 또한 "10월 중순 이후 그러한 취지의 연락이 더는 오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A군의 학부모는 13일 담임 교사 B씨와 함께 A군 학급의 학부모 대표인 D씨와 자녀 E군 또한 고소한 바 있다.
A군의 학부모는 D씨가 담임 교사인 B씨에 적극 동조해 가해 학생 학부모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하며 학급 규칙 개정을 호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군의 경우 A군이 들어간 화장실 칸 문을 발로 차서 부수거나 A군의 가슴팍에 쇠로 된 자물쇠를 던져 맞춘 혐의를 받는다.
A군의 학부모는 "D씨 자녀인 E군은 지난 집단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평소 아이(A군)를 가장 악랄하게 괴롭힌 장본인"이라면서 "집단폭행 사건이 커질수록 자신들의 불이익도 커지기 때문에 작당모의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D씨 측은 "말도 안 되는 추측"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씨 측은 "아이(E군)가 집단폭행에 전혀 연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임 교사 B씨를 돕는 게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에 대한 고소장도 지난달 27일 경찰에 접수됐다.
교감 F씨는 A군의 학급 학생들 중 일부에게 A군이 ADHD 환자라고 전달하며 따돌림을 받는 계기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교육청에서 집단폭행 사건 조사를 위하 학교에 장학사를 파견하기 전날 가해 학생 학부모에게 "내가 (A군 병명이) ADHD라고 먼저 말한 점을 숨겨달라"라고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관련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누리꾼들이 비밀 카페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라고 주장하며 대거 고소하기도 했다.
교사인 A군의 어머니는 JTBC '사건반장'에 여교사들만 가입이 가능한 비밀 카페 회원들이 가해 학생들을 오히려 피해자로 몰고 가는 악플을 달았다면서 실제로 포털 기사에 악플을 남긴 이들과 카페에 글을 썼던 이들의 계정이 대부분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