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8월 14일(목)

'총알 뚫리는 방탄복' 장병 입혔다...성능 미달 알고도 100억넘게 주고 5만벌 구매한 방사청

A업체가 제작해 군에 납품한 방탄복 / 감사원 제공


방사청, 총탄에 뚫릴 수 있는 방탄복 5만여 벌 구매해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방위사업청이 107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성능 미달 방탄복 5만여 벌을 구매 계약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아울러 '꼼수'로 방탄 성능시험을 통과한 방탄복 4만 9,622벌은 육군 등 군 장병에게 보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사청은 2021년 12월 A업체로부터 방탄복 5만 6,280벌을 약 107억 8,700만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감사원 제공


A업체는 방탄 시험 과정에서 총알이 뚫고 지나가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대는 방식으로 방탄 성능을 조작했다.


또한 문제의 방탄복을 총 50겹의 방탄 소재로 제작했는데, 성능 시험 부위인 상단과 좌·우측에만 방탄 소재 6겹을 추가로 덧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는 방탄복 납품 계약을 맺은 A업체가 성능시험을 하는 특정 부위에 방탄 소재를 추가로 덧댄 사실을 알고도 지난해 2월 덧댄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승인했다.


심지어 국기연은 지난해 5월 A업체가 방탄재를 덧대 성능을 조작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국기연은 방탄재를 덧대지 않은 중앙 부분은 제외하고 덧댄 부위의 경계 부분으로 사격 위치를 조정해 방탄성능을 시험한 후, 측정 결과가 군 요구 성능에 충족한다고 판정했다.


감사원은 A업체에 대한 입찰 자격을 제한하고 국기연 담당 연구원 2명에 대해 징계처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과거에도 불량 방탄복을 장병에게 지급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감사원은 국방부 공무원과 육군사관학교 소속 전 교수 등이 특정 업체의 청탁을 받고 철갑탄에 관통되는 방탄복 3만 5천여 벌을 일선 부대와 해외 파병부대에 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