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됐다. 지난 5일 성평위 폐지를 원하는 재학생 450명이 총학생회에 연서를 제출하면서 안건이 상정돼 폐지가 된 것이다.
성평등위원회는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는 학생 자치 기구로 올해 5월에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강연을 개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9일 성평위는 '중앙대학교 63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페이스북을 통해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기 때문에 폐지됐다고 밝혔다.
게시된 글에 따르면 성평위는 페미니즘 없이 성평등은 성립할 수 없다며 "한국 사회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Facebook '중앙대학교 63대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
이들은 이어 페미니즘 기구이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발의자의 논지가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여성혐오'처럼 지배 이데올로기의 폭력적 기제와 언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총여학생회 대안기구가 폐지되는 전례는 중앙대학교가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폐지 발의자에게 "'신변보호'라는 피해자 언어를 전유해 총학생회장 뒤에 숨어 발의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총학생회장에게는 "성평등위원회의 요청은 무시한 채 선택적 공감 능력으로 발의자 신변만 보호해 졸속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라며 이 모든 맥락과 과정은 기록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수치스러운 역사를 함께 하게 돼 유감이라며 자신들의 존재성은 영원히 중앙대학교에 남을 것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겠다고 말을 끝맺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ettyimagesBank
중앙대 학생들은 해당 소식에 대해 의견이 반응이 나뉘고 있다.
학생들 몇몇은 "마지막까지 남성인권은 한마디도 언급 안 하네", "그들 화법 특임 '너네는 틀림(도덕적 우월감과 선민의식), "당신들은 열사가 아닙니다 테러리스트일 뿐이죠"라며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나만 성평위 폐지 좀 억지라고 생각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등 폐지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Instagram 'khukey_53'
한편 지난달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는 수도권 대학교는 한양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4곳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집행부를 구성하지 못해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다.
다음은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전문이다.
오늘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었습니다. 페미니즘을 기조로 활동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페미니즘 없이 성평등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성평등위원회는 페미니즘 기구이고, 그렇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발의자의 논지는 학생사회에 아무런 기능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여성혐오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배 이데올로기의 폭력적 기제과 언어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성평등위원회 폐지 발의자께 말합니다. 부디 본인의 영웅심리를 ‘성평등 수호를 위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안티 페미니스트일 뿐이고, 중앙대학교의 성평등은 당신의 언어로 재현될 수 없습니다.이곳에 계신 학생 대표자 분들께도 말씀 올립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중앙대학교의,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아주 부끄러운 역사를 함께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여학생회의 대안기구가 폐지되는 것은 전례가 없습니다. 중앙대학교가 최초입니다. 오늘 회의가 끝난 후, 많은 학생사회가, 정치계가, 언론계가 이 사태를 주목할 것입니다. 대학의 주인으로서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성평등 문제에 대한 자치를, 자정작용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폐지되었다는 결과뿐만 아니라, 공론장을 마련하여 숙고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과정도 모두가 기억할 것입니다. 여성혐오가 난무하는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의 연서명을 통해 안건 상정이 되었다는 것, 표결 이전 성평등위원회 신상 발언조차 부결시켰다는 것, 발의자는 ‘신변 보호’라는 피해자의 언어를 전유하며 총학생회장 뒤에 숨어 발의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 총학생회장은 임기 초부터 성평등위원회에 대한 존중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성평등위원회의 요청은 무시한 채로 실제로 학과와 직책이 거론되며 선을 넘는 위협을 받고 있는 성평등위원회에 대한 어떤 보호도 없이 선택적 공감 능력으로 발의자의 신변만 보호하며 졸속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 이 모든 맥락과 과정은 기록될 것입니다. 수치스러운 역사를 함께 하게 되어 유감입니다.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모든 구성원들께 말씀드립니다. 성평등위원회는 폐지되었지만 우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성평등위원회의 역사와 맥락, 존재성은 영원히 중앙대학교에 남을 것이고, 보존될 것이며, 또 앞으로의 성평등을 위해 성실하게 사용될 것입니다. 실무력을 잃었기에, 필요성을 다 했기에, 혹은 어떠한 잘못을 했기에 성평등위원회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성평등위원회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성평등한 중앙대학교를 위해 함께 살아가고, 또 나아갑시다. 성평등위원회도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