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신' 리오넬 메시가 FC바르셀로나에서만 683경기를 뛰며 통산 600골을 기록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원클럽 맨'으로서 이러한 대기록을 세운 메시를 찬양했다. 당연한 기록이라는 이야기도 쏟아졌다.
하지만 정말 당연한(?) 기록일까. '갓' 메시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지만, 사실 메시는 이 기록을 못 세울 뻔했다. 정확히 말하면 바르셀로나를 떠나려 했었다.
메시는 2014년, 바르셀로나를 떠나려 마음먹었다. 2012-13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에게 도합 0대7 패배를 당했다.
2013-14시즌에도 팀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새로운 도전을 하려 했던 것이다. 마침 그 시즌에는 '무관'에 그치며 새로운 도전이라는 욕구가 차올랐다.
2014년 4월쯤, 맨체스터 시티가 상상할 수 없는 돈으로 메시를 데려간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메시는 4월 19일, 어느 한 사람을 만나고 난 뒤 잔류를 결심했다.
메시를 바르셀로나에 남게 했던 인물은 바로 바르셀로나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故 티토 빌라노바'다. 티토는 현 맨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와 형제 그 이상의 관계로 알려져 있으며, 바르셀로나 유스를 맡기도 했었다.
2013년, 과르디올라가 뮌헨 감독직을 맡은 이후 바르셀로나 감독에 앉았는데 리그에서 15승 1무로 1위를 달리던 중 귀밑 샘에 종양이 발견돼 '암투병'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2014년에도 암투병을 했다. 그러던 4월 19일, 미국에서 치료 중이던 티토는 당시 바르셀로나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에게 "메시를 내게 데려와달라"고 요청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메시와 만남을 요구한 것이다. 말 한마디 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메시와 꼭 만나야 한다고 극구 요청했다고 알려진다.
메시는 티토를 보고 너무 수척해진 모습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런 메시에게 티토는 다른 말보다 이 말을 했다고 당시 현장에 있던 바르토메우 회장은 전했다.
"바르셀로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해다오"
메시는 그 자리에서 "알겠다"고 말했고, 바로 다음날 바르셀로나와 재계약했다. 그의 재계약 사인 보도는 며칠의 시차를 두고 그해 5월 20일 공개됐다.
그는 왜 티토의 말을 들은 뒤 팀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접고 재계약을 선택했을까. 그것은 바로 티토가 메시의 둘도 없는 '은사'이기 때문이다.
티토는 메시가 라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에 있을 때 일찍이 재능을 알아본 남자였다. 카데테B(2001~2002) 시절부터 메시를 지도했고, 주전으로 적극 기용했다.
메시는 늘 입버릇처럼 "티토가 내 재능을 알아봐 줘서 모든 게 잘 풀렸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세상 둘도 없는 은사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힘겹게 한 부탁을 메시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티토는 메시를 만나고 일주일 뒤인 25일.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응급수술에 들어갔지만, 끝내 수술 도중 사망했다.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45세에 은사가 세상을 떠나자 메시는 장례식장에서 시종일관 눈물을 보였다. 사비 에르난데스, 세리히오 부스케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도 눈물을 흘렸다.
2014년 4월 28일, 스페인 에스타디오 엘 마드리갈에서는 티토 빌라노바의 추모 경기인 '바르셀로나 vs 비야레알'의 경기가 열렸다.
바르셀로나는 3대2로 승리했고, 이날 결승골을 터뜨린 메시는 은사를 기리는 세레모니를 펼치며 티토를 하늘로 보냈다.
비록 무관이었지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마치고 2014-15시즌을 준비한 메시는 루이스 수아레즈·네이마르와 함께 유럽을 폭격하며 트레블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