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잘 먹었습니다"
얼굴이 뜯어 먹힌 듯한 시체 옆에 이와 같은 섬뜩한 내용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지난달 16일 미스터리, 판타지 등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 엘릭시르는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본격 미스터리 소설 '시인장의 살인(人莊の殺人)'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 쪽지는 '시인장의 살인' 중 본격적으로 미스터리가 시작되는 대목이다.
미스터리 동아리 부원인 하무라 유즈루와 아케치 교스케는 경찰에 사건 협조까지 하는 미인 탐정 겐자키 히루코의 제안으로 영화 연구 동아리의 2박 3일 합숙에 합류하게 된다.
첫날 단편 영상을 찍은 이들은 저녁을 먹고 15분 거리 신사에서 2인 1조로 쪽지를 가져오는 담력 테스트를 한다.
한창 담력 테스트가 진행되던 중 심장 떨리게 하는 비명 소리가 들리고 진짜 좀비가 나타났다.
가까스로 모두 숙소 안으로 대피했지만 이미 좀비에게 희생당한 사람이 있었다.
범인을 찾아 나서며 대면하게 되는 초현실적 존재들의 모습은 머리털이 쭈뼛 서는 공포를 조장한다.
소설은 초짜 미스터리 연구생 하무라 유즈루의 시선으로 감춰진 미스터리를 하나씩 밝혀나간다.
저자 이마무라 마사히로는 '시인장의 살인'으로 데뷔와 동시에 일본의 대표 미스터리 작품상인 제1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을 비롯해 주요 미스터리 랭킹과 문학상 4관왕을 달성했다.
전형적인 플롯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동시에 제목에 등장한 시인(屍人·죽은 사람) 즉 '좀비'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사용함으로써 이야기에 신선도를 높였다.
독자는 해당 소설에서 트릭에 집중한 본격 추리물이나 시대상을 파고들었던 사회파 추리소설의 중간쯤에 위치한 새로운 일본 미스터리물의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