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 "한진칼 장기 시장가치 보고 자체 투자"...취득 규모·금액은 비공개
아시아나 통합 후 일본 노선 주 400편 수준...여객·화물 넘어 정비·SAF 협력
일본항공(JAL)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주주로 합류했다. 한진칼 지분 14.90%를 보유한 미국 델타항공에 이어 대한항공의 핵심 해외 사업 파트너가 그룹 지주회사에 직접 투자했다. 장기간 쌓아 온 노선·서비스 협력이 지분 투자로도 이어졌다.
사진제공=한진그룹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JAL은 지난 3일 대한항공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동 선언하면서 한진칼 주식 취득 사실을 알렸다. JAL은 한진칼의 장기적인 시장가치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내린 투자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취득 지분율과 주식 수, 금액, 향후 추가 매입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같은 날 공개된 전략적 파트너십은 대한항공과 JAL의 기존 제휴를 '통합 대한항공' 이후의 노선과 사업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일본 도쿄 JAL 스카이뮤지엄에서 공동 선언 행사를 열었다. 앞서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과 돗토리 미츠코 JAL 사장이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60년 전 한일 하늘길 함께 열어...통합 후 주 400편
두 회사의 협력은 196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일 국교 정상화 전이던 1963년 4월, 양사는 '일본항공·대한항공 양사 제휴 기본구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정부 간 항공협정 체결이 어려웠던 시기여서 양사 합의를 두 나라 정부가 승인하는 방식으로 공동운항의 길을 열었다.
이듬해 JAL은 도쿄~서울 노선, 대한항공은 서울~오사카 노선을 각각 개설했다. JAL은 당시 기술과 운항 노하우도 제공했다. 현재의 한일 항공 노선이 자리 잡기 전부터 민간 항공사가 먼저 운항 기반을 마련했다.
상업 제휴도 단계적으로 넓어졌다. 양사는 2004년 공동운항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한일 전 노선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2016년부터는 JAL마일리지뱅크와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이 상대 항공사의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일리지 제휴도 시행했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 JAL은 원월드 소속이다. 서로 다른 글로벌 항공동맹에 속하면서도 양자 협력을 20년 넘게 확대해 왔다.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두 회사의 관계에는 주주라는 연결고리까지 더해졌다.
협력의 폭은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계기로 더 커진다. 양사는 기존 공동운항과 마일리지 제휴를 아시아나항공 운항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의 일본 노선은 현재 주 250편 안팎에서 통합 후 주 400편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JAL과의 공동운항 대상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
JAL은 이번 파트너십 발표에서 대한항공이 2025년 기준 39개국 116개 도시를 연결하고 166대의 항공기를 운용한다고 소개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노선과 운항 규모가 확대되면 JAL은 인천을 거쳐 아시아와 미주·유럽으로 연결되는 선택지를 늘릴 수 있다. 대한항공도 JAL의 일본 국내선망과 인천 환승망을 연계해 일본 지방 수요를 유치할 여지가 커진다.
협력 대상은 항공권 판매를 넘어 여객과 화물 사업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사업을 고도화하고 지상조업과 항공기 정비 분야의 협력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객실승무원 훈련시설의 상호 이용과 지속가능항공유(SAF) 공동 조달 등도 협의 대상에 올랐다.
지상조업과 정비는 공항 현장의 인력과 시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SAF는 공급량이 제한적이고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높아 공동 조달이 이뤄지면 구매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다만 각 사업의 시행 시기와 투자 규모, 구체적인 역할 분담은 앞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사진제공=대한항공
델타 14.90% 보유...검증된 사업 제휴가 지분 투자로
대한항공의 해외 파트너가 사업 제휴를 거쳐 한진칼 주주가 된 전례는 델타항공이다. 대한항공과 델타는 2018년 5월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출범시켰다. 델타는 이듬해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했고 이후 보유 지분을 14.90%까지 늘렸다.
델타는 투자 당시 대한항공과의 JV가 제공하는 고객 혜택과 시장 입지, 성장 기회를 지분 취득 배경으로 제시했다. 당시 양사는 1400편 이상의 공동운항편을 운영하고 영업·마케팅, 마일리지, 화물 운송을 함께 묶고 있었다. 델타는 항공사 간 지분 투자가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성장 기반을 안정시키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델타와 함께 캐나다 웨스트젯에 각각 2억2000만달러와 3억3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0%, 델타는 15% 지분을 취득하는 거래다. 장기간 공동운항으로 검증한 사업 파트너와 자본 관계를 맺어 협력을 지속하는 방식이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활용되고 있다.
JAL은 델타와 달리 대한항공과 JV를 운영하지 않고 소속 항공동맹도 다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주식을 직접 취득했다는 점에서 통합 항공사의 노선 경쟁력과 한진칼의 장기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투자로 평가된다. 지분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주로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단순 공동운항과는 다른 무게를 갖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일본항공과의 파트너십 및 지분 매입은 양사 간 오랜 항공 협력 차원에서 이전부터 논의돼 성사된 사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