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7일(월)

벼룩시장서 단돈 9만원에 샀는데 '1억원'에 팔렸다...박제의 놀라운 정체

영국의 한 벼룩시장에서 단돈 67달러(약 9만원)에 팔린 동물 박제가 멸종된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의 두상으로 밝혀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박제는 경매에서 초기 구매가의 1200배를 넘는 8만 5000달러(약 1억 136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구매자는 지역 장터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동그란 눈이 마음에 들어 이 박제를 구입했다. 구매자는 자신이 산 물건이 평범한 여우 머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구매자는 이후 영국 브리스틀의 경매업체 옥셔넘에 해당 박제를 의뢰했다. 자연사 유물 전문 딜러인 제임스 크랜필드가 최종 낙찰자가 됐다. 크랜필드는 다양한 박제 기법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특이한 여우 머리 박제를 수집해 왔다.


Auctioneum An auctioneer in white gloves holds up the taxidermy head of a thylacine mounted on a ...Auctioneum


크랜필드는 경매 사이트에서 '19세기 여우 머리'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물품을 발견했다. 그는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순간 번개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여우가 아니라 틸라신, 즉 태즈메이니아 호랑이처럼 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태즈메이니아 호랑이로 불리는 틸라신은 등에 독특한 줄무늬가 있는 육식성 유대류다. 외형은 큰 개와 비슷하다.


한때 호주 전역과 파푸아뉴기니 북부까지 서식했으나 유럽인들이 정착할 무렵에는 태즈메이니아섬에만 일부 남아 있었다. 무분별한 사냥과 질병,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감했고 1936년 태즈메이니아의 한 동물원에서 마지막 개체가 죽으면서 공식적으로 멸종됐다.


크랜필드는 사진만으로 확신할 수 없어 경매 당일 새벽 약혼자와 함께 3시간 반을 운전해 경매장을 찾았다. 온갖 잡동사니와 도자기들 사이에 놓인 박제를 직접 확인한 순간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Auctioneum The side of the thylacine head mounted on a board that is held by a gloved hand. Its t...Auctioneum


결정적인 단서는 이빨 개수였다. 여우는 위턱 앞니가 6개지만 이 박제는 8개였다. 크랜필드는 치열한 경합 끝에 8만 5000달러(약 1억 1360만원)에 낙찰받았으며 수수료 1만 3500달러(약 1800만원) 이상을 추가로 지불했다.


낙찰 후 크랜필드는 혹시라도 평범한 여우 머리에 거금을 쓴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자 엑스레이와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박제 내부에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의 두개골이 보존돼 있었다. 크랜필드는 그제야 진품임을 확신하며 안도했다.


국제 틸라신 표본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현미경 슬라이드 표본부터 전체 박제까지 전 세계에 남아 있는 틸라신 관련 유물은 815점 안팎이다. 머리 부분만 온전히 남은 표본은 이번에 발견된 것을 제외하면 단 한 점뿐이며 그마저도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크랜필드는 이 박제를 개인 소장에 그치지 않고 학술 자료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이 유물의 존재를 널리 알려 연구자들이 분석에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여러 연구 기관이 이 표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