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금)

'태움' 있는지 정부가 병원 진단한다... 거부하면 '근로감독'

정부가 병원 내 부조리한 괴롭힘 관행인 이른바 '태움'을 뿌리뽑기 위해 직권 진단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에는 근로감독이라는 강제 수단을 적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13일 인천 인하대병원에서 대한병원협회, 대한간호협회, 노사발전재단,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일하고 싶은 안전한 병원 만들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6개 기관은 '보건의료 일터혁신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반기별로 추진 과제의 이행 실태를 정기 점검할 방침이다.


직장 내 괴롭힘 집중 진단 대상 지정


이번 대책은 지난 6월 경기도 광주의 한 병원에 재직 중이던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사진제공=보건복지부


정부는 병원 대상 '일터혁신 상생컨설팅' 항목에 '의료기관 맞춤형 직장 내 괴롭힘 문화 진단'을 신설했다.


기존의 단순 인사제도나 노동관계법 준수 여부 점검을 넘어 현장의 태움 문화를 직접 들여다보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첫 진단 대상은 입사 3년 차 이하의 저연차 간호사로 설정됐다. 신규 간호사 교육 방식, 위계적 조직문화, 교대근무제, 인력 부족 등 구조적 원인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정부가 별도의 진단 축을 신설한 이유는 의료 현장의 괴롭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복지 분야 종사자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률은 25%로 전 업종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 역시 보건·복지 분야가 전체의 1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위험 기관 개선 거부 시 근로감독 연계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유인책도 마련됐다. 병원협회가 특정 병원을 추천할 경우 별도 심사 없이 즉시 진단과 컨설팅에 들어가며, 올해에 한해 조직문화 개선 비용의 병원 자부담을 전액 면제한다. 진단 결과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류된 병원에는 조직문화 개선 컨설팅이 권고되며, 해당 기관이 이행을 거부할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대상으로 전환된다.


피해 발생 후 조치 체계도 강화된다. 복지부와 간호인력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간호사 SOS 지원창구'의 상담 및 피해자 지원 기능을 대폭 확대한다. 복지부와 간호협회가 현장 파악을 통해 문제 병원으로 판단한 곳의 정보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으로 즉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과도한 업무 부담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병행된다. 현재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던 대학병원 간호사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의료기관별 적정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수립할 예정이다. 의료 현장에 맞춘 괴롭힘 예방 교육을 늘리고, 조직문화 진단 및 리더십 개선 표준 매뉴얼을 오는 10월까지 제작해 배포한다.


다만 이번 협약은 유효기간 2년의 상호 협력 선언으로, 협약서 제6조에 따라 법적 구속력은 부여되지 않는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인이 존중받는 일터가 결국 환자의 안전으로 직결된다"며 "적정 간호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근무환경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환자를 살리는 소중한 손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방치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