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먹다 남은 수박 반쪽, 랩 씌워 냉장고에 넣어도 세균 최대 3000배 늘어납니다"

여름철 즐겨 먹는 수박을 반으로 잘라 랩으로 덮어 냉장고에 보관하는 가정이 많다. 하지만 랩만으로는 수박에 이미 번식한 세균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많은 사람들이 수박 껍질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씻지 않고 바로 칼을 댄다. 이 과정에서 껍질 표면의 미생물이 칼날을 타고 과육으로 이동할 수 있다. 냉장 보관을 해도 세균 증식이 완전히 중단되지 않는다.


rens-d-wh3qvHXdGak-unsplash.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unsplash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반으로 자른 수박을 랩으로 포장해 4℃에서 보관했을 때 표면부의 일반세균 수가 시험 기간 중 최대 1g당 42만CFU까지 늘어났다.


절단 직후 측정된 1g당 140CFU와 비교하면 약 3000배에 달하는 수치다. 표면을 약 1㎝ 잘라낸 안쪽 부분에서도 일반세균이 최대 1g당 7만CFU 검출됐다. 초기 수치 120CFU보다 약 583배 많은 수준이다.


CFU는 일정 조건에서 배양했을 때 형성된 미생물 집락 수를 나타내는 단위다. 세균 개체를 한 마리씩 센 숫자와는 다르다. 일반세균이 많이 검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식중독이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식품의 위생 상태가 악화됐다는 지표로 볼 수 있다.


'3000배'라는 수치가 모든 반쪽 수박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원은 냉장 보관 0일부터 7일까지 측정한 값 중 최대치를 절단 직후 수치와 비교했다. 반쪽 수박을 냉장고에 7일 두면 세균이 정확히 3000배 증가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보관 형태에 따른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 표면부의 7일 평균 일반세균 수는 1g당 5만1000CFU였다. 수박을 한입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담은 시료는 평균 1g당 500CFU로, 반쪽 수박의 약 100분의 1 수준이었다.


cc7bf07b-eb5d-4923-b9fb-ceff88b03604.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랩 자체를 세균 증식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시험에서는 포장재뿐 아니라 수박의 형태도 '반쪽'과 '조각'으로 달랐다. 동일한 크기와 조건에서 랩과 밀폐용기의 효과만 따로 비교한 시험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랩을 씌운다고 수박이 멸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원은 남은 수박을 랩으로 덮기보다 한입 크기로 잘라 깨끗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라고 권고했다. 자른 수박은 가급적 당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했다.


해당 시험에서는 보관 방식과 관계없이 냉장 보관 하루 뒤 모든 시료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


소비자원이 별도로 수박 껍질을 검사한 결과 일부 수박에서도 황색포도상구균이 나왔다. 소비자원은 수박을 자르는 과정에서 껍질에 남아 있던 균이 과육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모든 수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다는 뜻은 아니다. 당시 시험에 사용된 시료와 조건에서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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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은 외부 오염을 줄이기 위해 멸균한 칼과 도마를 사용하고 냉장고 온도를 4℃로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냉장고 내부에도 식중독균이 없도록 통제했다.


가정에서는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칼·도마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씻지 않은 손으로 과육을 만지는 과정에서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 과일과 채소는 날고기·가금류·수산물은 물론 이를 손질한 조리도구와도 분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박은 자르기 전에 껍질부터 씻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껍질을 먹지 않는 과일도 표면의 흙과 세균이 칼을 통해 내부로 옮겨갈 수 있으므로 자르기 전 흐르는 물에 씻으라고 권고한다.


수박처럼 껍질이 단단한 과일은 깨끗한 채소용 솔로 문지른 뒤 깨끗한 천이나 종이행주로 물기를 닦는다. 씻기 전후에는 손도 비누로 20초 이상 씻어야 한다.


과일을 비누나 주방세제로 씻어서는 안 된다. FDA는 과일과 채소가 다공성이라 세제 성분이 흡수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판 과일·채소 세척제 역시 잔류 성분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세척 효과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권하지 않는다.


a79707b0-56e7-4a80-a552-8f3e16cee2fc.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자른 수박은 실온에 오래 두지 않아야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른 과일을 비롯한 상하기 쉬운 식품을 2시간 안에 냉장 보관하라고 안내한다.


야외나 차량 내부처럼 기온이 32℃를 넘는 곳에 뒀다면 허용 시간은 1시간으로 줄어든다. 냉장고 온도는 4℃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남은 과육은 한입 크기로 잘라 깨끗한 밀폐용기에 나눠 담는다. 생고기와 생선에서 떨어진 곳에 두고, 꺼낼 때마다 깨끗한 집게나 포크를 사용한다.


부득이하게 반쪽 수박을 랩으로 포장했다면 소비자원 권고대로 랩과 맞닿은 표면을 최소 1㎝ 이상 잘라내는 게 낫다. 물론 이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에서는 표면을 잘라낸 안쪽에서도 일반세균 증가가 확인됐다.


랩을 씌웠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수박을 자르기 전 껍질을 씻었는지, 깨끗한 손과 칼·도마를 사용했는지, 자른 뒤 얼마나 빨리 냉장 보관했는지다. 냉장고에 넣는다고 이미 묻은 세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