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재단이 신진 인문학 연구자 3명을 선정하고 4년간 매월 400만 원씩 연구비를 지원한다. 특히 특정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연구자가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학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재단에 따르면 전날(17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장원 인문학자 6기' 연구비 증서 수여식이 열렸다.
'장원 인문학자 지원사업'은 아모레퍼시픽 창업자인 서성환 선대회장의 기초학문 육성 철학을 이어받아 2020년 시작됐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 5년 이내인 신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며, 올해 2월 공모에는 약 90건의 지원서가 접수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최종 선정자는 인문학 석학들로 구성된 기획위원회의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독창적인 시각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은 김민영(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남궁승원(서울대 국사학과), 홍지수(브라운대 역사학과) 연구자 등 총 3명이다.
(왼쪽부터) 아모레퍼시픽재단 이석재 이사, 송호준 사무국장, 이상호 사무총장, 남궁승원 연구자, 김민영 연구자, 홍지수 연구자, 서경배 이사장, 구범진 이사, 민은경 이사, 강지영 / 사진 제공 = 아모레퍼시픽
올해 6기 선정자들에게는 1인당 총 1억 9,200만 원의 연구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이들은 앞으로 4년간 매달 4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논문이나 저서 출간 등 의무적인 결과물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 특정 과제나 성과를 요구하는 기존의 지원사업들과 달리, 신진 연구자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오롯이 자신만의 학문 세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이 지원금으로 자료 수집, 현장 답사, 학회 참여 등 연구 활동을 자유롭게 펼치게 된다.
이날 수여식에는 서경배 이사장과 재단 이사진을 비롯해 서울대 이석재·민은경·구범진 교수가 참석해 연구자들에게 증서를 전달하며 격려했다.
기획위원장인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연구자가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순수 기초학문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라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재단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문학 분야는 학문 특성상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워 연구비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 실적보다 연구자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장원 인문학자 사업은 신진 연구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학문적 토대를 쌓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8명의 인문학자를 배출한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이 같은 행보는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키우는 민간 재단의 모범적인 기초학문 지원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