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AION2!... I love NC!... TJ, you are my wingman"
지난 7일 서울 강남의 한 PC방에서 열린 엔씨소프트 신작 '아이온2' 이용자 행사에 깜짝 등장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김택진 엔씨 대표를 향해 "마이 윙맨(My Wingman)"이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끄는 글로벌 빅테크 수장이 국내 게임사의 신작 이용자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날 황 CEO가 남긴 한마디는 업계의 관심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특히 이번 만남은 아이온2의 글로벌 출시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엔씨는 오는 9월 아이온2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흥행을 발판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 주요 시장까지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엔씨 김택진 대표(왼쪽), 엔비디아 젠슨 황 CEO(오른쪽) / 뉴스1
아이온2는 2008년 출시돼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MMORPG '아이온'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작품이다. 원작 특유의 비행 전투와 대규모 전쟁 콘텐츠를 현대적인 기술력으로 재해석하며 이용자들의 기대를 모았고, 지난해 11월 국내 출시 이후 엔씨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엔씨에게 아이온2의 의미는 단순한 신작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 회사는 최근 수년간 리니지 시리즈 의존도 논란과 신작 흥행 부진, 이용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성장 정체 우려에 직면해 왔다. 시장에서도 '포스트 리니지' 시대를 이끌 차세대 대표 IP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온2는 엔씨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출시 이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엔씨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실적 역시 빠르게 개선됐다.
실제로 엔씨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574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38%,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아이온2 흥행이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 제공 = 엔씨
이제 관심은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다. 아이온2가 차세대 핵심 IP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내 성공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글로벌 성과에 따라 일시적인 흥행작에 머물 수도, 향후 10년 이상 엔씨를 이끌 대표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도 있다.
이런 시점에 나온 젠슨 황 CEO의 공개 응원은 상징성이 크다. 엔씨와 엔비디아의 인연은 25년 이상 이어져 왔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리니지2를 발표할 당시 엔비디아가 지포스를 전국 PC방에 공급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며 "그때 시작된 인연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회상했다.
황 CEO 역시 이용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기념 촬영에 응하는 한편, "우리는 PC를 다시 발명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PC 비전을 소개했다. 게임과 기술 분야에서 협력해 온 양사의 오랜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콘텐츠 경쟁력이다. 다만 아이온2가 엔씨를 한 차례 '기사회생'시킨 이끈 작품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대 AI 기업 수장의 공개적인 응원은 글로벌 데뷔를 앞둔 엔씨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온2가 국내 흥행을 넘어 북미·유럽·아시아 시장에서도 이용자 잔존률과 매출 지속성을 보여주느냐가 엔씨의 다음 10년을 가늠할 첫 번째 지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