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6월 19일(금)

영풍 의결권 막은 고려아연 해외 출자, 공정위 심판대로

SMC, 영풍 지분 10.33% 인수 뒤 상호주 구조 형성

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공정위 탈법행위 여부 심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의 해외 계열사 출자 구조를 위원회 심의 절차에 올릴 준비에 들어갔다.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했다고 신고한 사건이다.


origin_고려아연美합작법인3자유증계획대로…영풍가처분기각.jpg뉴스1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4월 고려아연의 해외 순환출자 의혹과 관련해 고려아연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사무처가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법 위반 혐의와 제재 의견을 담아 피심인에게 보내는 문서다.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는 이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SMC가 사들인 영풍 지분 10.33%


이번 사건의 출발점은 호주 계열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영풍 지분 취득이다.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특수관계인이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3%를 SMC가 575억원에 인수하면서 인위적인 상호출자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해왔다.


당시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려아연 측 해외 계열사가 영풍 지분을 10% 넘게 확보하면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구조가 생겼다. 상법은 회사와 그 자회사 등이 다른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진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이 구조가 ‘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만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고려아연이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영풍 측 의결권 행사를 막았다는 취지다.


origin_질문에답하는최윤범회장.jpg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뉴스1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대목은 해외 계열사를 통한 출자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규제를 우회한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국내 계열사를 통한 상호출자 규제와 달리, 이번 사안은 해외 계열사가 지분 취득에 관여했다는 점에서 법 적용 범위가 쟁점이 됐다.


고려아연 측은 그동안 SMC가 해외 법인이어서 국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규제가 직접 적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영풍·MBK 측은 해외 계열사를 활용했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내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면서 의결권 제한 효과를 만든 만큼 탈법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 판단과 다른 공정위 심의 쟁점


앞서 법원 판단은 사안별로 갈렸다. 임시 주주총회 관련 사건에서는 SMC가 상법상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회사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온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이와 관련해 "SMC의 영풍 주식 취득 자체에 대해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기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 측에 유리한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영풍·MBK 측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재항고를 기각했다. 고려아연 자회사 SMH의 영풍 지분 보유에 따른 상호주 관계를 근거로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가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다만 이 판단은 주주총회 의결권 제한의 효력을 다툰 가처분 사건에 관한 것이다. 공정위가 심의할 사안은 해외 계열사 출자를 활용한 지분 취득이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다. 법원이 상법상 의결권 제한 효력을 인정한 것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판단 대상이 다르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