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역으로 다음 달 1일 회장 승진 및 취임을 앞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10여 년 만에 영상으로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그동안 감춰둔 경영자이자 며느리, 워킹맘으로서의 내밀한 심경을 고백했다.
지난 28일 삼양식품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김 부회장이 출연한 두 편의 쇼츠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삼양 1963'을 앞세워 삼양식품이 지나온 과거의 상처와 전 세계를 사로잡은 현재의 성공을 문답 형식으로 진솔하게 풀어내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양식품 공식 유튜브
해당 영상에서 김 부회장은 평소에도 라면을 즐겨 먹는다고 밝혔다. 그는 "집에서는 가끔 먹고 회사에서 많이 먹는다. 그냥 먹고 싶을 때 먹는다"며 질려서 안 드실 줄 알았다는 직원의 말에 "라면이 질릴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 않나. 질려서 못 먹겠다 하더라도 냄새만 맡으면 '라면 먹어야지' 이렇게 슥 가게 되는 마성의 제품인 것 같다"라며 웃어보였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오늘날 삼양식품을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우뚝 세운 일등 공신인 불닭볶음면에 대한 비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삼양식품 공식 유튜브
그는 불닭볶음면에 대해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매운 거에 열광하는데 아무도 이 정도로 매운 걸 안 만드니까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던 것일 뿐 대박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4년 타계한 삼양식품 창업주이자 시아버지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 부부를 떠올리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명예회장님이 2014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불닭이 잘되면서 삼양이 승승장구했다"며 "전 세계가 열광하는 모습을 못 보시고 돌아가셔서 그게 제일 아쉽고 안타까운 점"이라며 그리움을 표했다.
삼양식품 역사상 가장 큰 아픔이었던 '우지 파동'을 정면 돌파해 재해석한 제품인 '삼양 1963'에 대해서도 각별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삼양식품 공식 유튜브
삼양식품은 지난 1989년 공업용 쇠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잘못된 정보가 검찰을 통해 퍼지면서 공장 폐쇄와 제품 회수 등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 5년간의 긴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당시 보건사회부 역시 식용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이미 땅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와 점유율 추락으로 인해 장기간 혹독한 침체기를 겪어야 했다.
김 부회장은 우지와 팜유를 섞은 오일로 튀겨낸 이 라면을 직접 받아들었을 당시를 떠올리며 "우지로 만들었지 않나. 정말 맛있는 제품이고 꼭 나와야 하는 제품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걱정도 됐고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었지만 맛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였다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주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전 명예회장과 이계순 여사 부부를 꼽았다. 김 부회장은 "특히 우지라면을 끓여드리고 싶다. 항상 가슴 아파하시고 아쉬워하셨던 라면"이라며 "제가 끓인, 우리 임직원들이 만든 라면이니까 편안하게 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아낸 그는 갓 끓여낸 삼양 1963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워냈다.
삼양식품 공식 유튜브
경영자로서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해 온 김 부회장이었지만, 또 다른 영상에서는 화려한 타이틀을 내려놓고 평범한 어머니이자 워킹맘으로 살아오며 가슴속에 묻어둔 회한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1998년 삼양식품이 외환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전업주부에서 경영 일선에 전격 뛰어들었던 그는 "2028년이 되면 일을 한 지 거의 30년이 된다"며 "'아줌마'라는 말보다 부회장이라는 직책이 더 익숙해진 지 오래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자녀 양육에 대해 "아이들은 정말 정성을 다해서 키워야 하는데 (제게는) 아이들도 하나의 과제였고, 회사 일처럼 안 하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내 자식을 내가 안 키우면 누가 키우냐는 생각에 의무를 다한다는 마음으로 키웠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다 크고 나니 너무 후회가 되더라. 순간순간을 놓쳐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특히 '시간을 돌린다면 자녀들과 무엇을 하고 싶냐'는 물음에는 "아빠랑 자전거 타는 거나, 아이를 맡기고 나온 시간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애틋하고 소소한 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아 아쉽다"고 전하며 영상 너머의 자녀들을 향해 "아들, 딸 고맙고 미안하다"고 묵직한 진심을 전했다. 현재 김 부회장의 장남은 1994년생인 전병우 전무로, 2019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SCO) 겸 삼양식품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신사업과 미래전략 수립을 이끌며 경영 승계 발판을 다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과거 2011년 '나가사끼 짬뽕'의 흥행을 주도한 데 이어 불닭 브랜드의 메가 히트를 통해 삼양식품의 글로벌 성장을 최전선에서 견인해 왔다. 그의 지휘 아래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의 8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미국, 중국, 유럽 시장을 거점으로 글로벌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소스와 스낵,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영상 말미에 우지로 만든 라면이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 '삼양 1963' 용기면(컵라면)까지 출시하게 되었다고 직접 홍보를 자처하며 "기대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활짝 웃어 보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차기 회장 취임을 눈앞에 둔 김 부회장이 창업주의 유산과 불닭의 성공, 그리고 개인사를 직접 정리해 대중에 전달함으로써 향후 삼양식품이 나아갈 글로벌 사업 전략과 경영 메시지에 한층 힘을 싣기 위한 소통 작업으로 해석하고 있다.